윤석열 대통령, 국회 탄핵 표결 전 대국민 담화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반복적으로 수용·소비함으로써 기존의 신념이 더욱 강화되는)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효과’에 빠져있었던 것 아닌가.

마쓰무라 고로 전 일본 육상자위대 총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본 언론이 계엄령 선포 배경에 대한 분석을 내놨다.

아사히신문은 9일 마쓰무라 고로 전 일본 육상자위대 동북방면 총감과의 인터뷰 기사를 게재하고 계엄령 사태에 대해 “윤 대통령이 ‘에코 체임버(Echo Chamber) 효과’에 빠져있었던 것 아니냐”고 평했다. 고로 전 총감은 일본 국방 조직인 육상자위대를 비롯해 정보전 전문가로 꼽힌다. 에코 체임버 효과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반복적으로 수용·소비함으로써 기존 신념에 매몰돼 다른 의견을 차단하고 무시하는 현상을 뜻한다.

고로 전 총감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시 윤 대통령 기자회견문 표현을 지목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당시 ‘국회는 범죄 집단의 소굴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극우 성향의 유튜버가 즐겨 쓰는 표현”이라며 “이에 반해 4일 뒤 대국민 사과에서는 이성적인 표현을 되찾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언급하며 윤 대통령도 트럼프처럼 극단적인 논리에 빠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고로 전 총감은 “트럼프 당선인을 지지하는 큐아논(QAnon)이 제기한 ‘딥 스테이트(Deep state’론과 비슷한 맥락”이라며 “전 세계에서 감정적인 표현이 논리적 사고를 이기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딥 스테이트는 미 연방 공무원들의 비밀집단을 뜻하는 말로, 트럼프는 이 집단이 국정운영을 방해한다는 음모론을 펼친 바 있다.

이어 그는 “에코 체임버 효과는 정치적 대립이 심한 양당제에서 심화한다”며 “윤 대통령은 이러한 대립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극단적인) 감정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윤 대통령은 (야당에 의한) 예산 부결 및 각료와 정부 고위직에 대한 탄핵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다”며 “측근과 이야기하고,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마음이 편한 공간으로 도피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尹 계엄 선포 배경의 핵심인물로 ‘3김’ 떠올라

니혼게이자이신문
닛케이
니혼게이자이신문 칼럼 [닛케이 캡처]

같은 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윤 대통령 폭발, 배후엔 3인의 김씨와 마음의 한계‘라는 제목의 편집위원 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배경을 분석했다. 닛케이는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김용현 전 국방장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씨 3명’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먼저 닛케이는 야당이 국회에서 김 여사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며 ‘김 여사 스캔들’이 계엄령 선포의 주 원인이라고 평했다. 닛케이는 “윤 대통령은 ‘부인 문제만 나오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서 “대통령 부부의 선거 공천 개입 의혹의 열쇠를 쥐고 있는 명태균 씨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령으로 국면을 전환하려 했다는 시각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연합]

두 번째 김씨로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 장관을 지목했다. 김칼럼은 한국 정계에서 김 전 장관이 몇 개월 전 갑자기 국방장관에 임명 됐을 때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생각하고 있는 것 않니냐”는 소문이 자주 돌았다고 언급했다. 당시 진위 추궁에 대해 대통령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김씨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닛케이는 최근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하면서 윤 대통령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윤 대통령도 북한에 강경한 자세를 드러냈고, 계엄령 선언 당시에도 강경한 반공 이념이 드러났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닛케이는 “비상계엄 선언에서 윤 대통령은 한국 야당 등을 ‘반국가 세력’으로 간주하며 북한 지도부와 동일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당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힌 바 있다.

다만 닛케이는 윤 대통령의 결정이 충동적이었다며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3김을 포함한 여러 요소가 얽혀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