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의료계 대화 중단
보험개혁회의서 논의 예정이지만
“운신의 폭 좁아질 듯”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예상치 못한 계엄 사태가 탄핵 정국으로 확산하자 보험업계의 우려가 커졌다. 막바지에 다다랐던 실손보험 비급여 구조 개혁이 좌초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실손보험 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로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었다.
9일 금융당국과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 비급여·실손보험 개선안을 중심으로 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의료계 불참으로 발표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병원 단체 3곳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 참여를 중단하면서 의료 개혁 일정이 줄줄이 밀리게 됐다.
의료계와 대화할 유일한 창구였던 의개특위는 애초 오는 19일 공청회를 열고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 의료사고 안전망을 포함한 의료개혁 2차 실행 방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말 확정된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우선 오는 16일 예정된 보험개혁회의에 실손보험 개혁 방안 안건은 올라가 있는 상황이다. 회의에서는 본인부담금을 상향하고 비급여 이용 횟수와 보장 한도를 설정하는 방법들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의료계 협조가 필요한 비급여 개혁이 없다면 ‘반쪽짜리’에 그칠 전망이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보험연구원의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비급여 관리가 단순히 의료비 문제를 넘어 사회적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비급여 항목을 총괄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체계적 개입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2020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의료기관 비급여 보고 제도가 도입됐듯이 향후 보고 제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실손보험 개혁은 보험업계의 숙원사업이다. 비급여를 돈벌이 수단으로 남용하는 일부 소비자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1~3세대의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보험료는 낮추고 자기부담금을 높여 2021년 7월 출시했는데 손해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4세대 위험손해율은 2021년 61.2%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31.4%까지 치솟으며 3년여 만에 2배 이상(114.7%) 악화했다.
이미 금융당국은 내년 출시되는 4.5세대 실손보험료 결정을 위해 ‘실손보험료 산출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이와 함께 ‘실손계약 재매입 TF’도 병행하고 있다. 실손보험 재매입은 인센티브를 활용해 옛 실손(1·2세대) 가입자들이 새 실손(4세대)으로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1·2세대 실손 가입자가 4세대 실손으로 옮겨탈 경우 기존 계약 해지 후 받게 되는 환급금에 추가금을 얹어주는 방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개혁은 보험개혁회의 안건에 상정됐지만 논의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졌을 것”이라며 “이번이 기회였는데 아쉬움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