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별력 실패…국·영·수 모두 쉬웠다

국어 표점 만점자 16.4배 뛰어

수학 표점 최고점은 8점 내려가

“상위권에겐 물수능이었을 것”

수능 마친 수험생들
지난 11월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자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이 시험장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의대 정원 증원 여파로 역대 가장 많은 N수생이 모였던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만점자는 11명으로 나타났다. 두 자릿수 수능 만점자는 2020학년도 15명 이후 5년 만이다. 최상위권 변별이 그 어느 해보다 중요했지만 주요 과목 모두 작년보다 쉽게 출제됐다.

만점자가 1명에 그치는 등 ‘불수능’이었던 2024학년도 수능과 비교하면 올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1점, 수학은 8점 하락했다. 영어 1등급 비율은 6.2%로 작년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 물수능으로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최상위권 변별에는 실패했다는 게 입시 업계 분석이다.

5일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한 ‘2025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능 만점자는 총 11명이다.

국어 표점 만점자 16배 늘어…수학도 쉬워져

2023~2025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최고점
[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올해 수능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지난해(150점) 대비 11점 낮아졌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자는 총 1055명으로, 2022학년도 통합수능 도입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64명)과 비교하면 16.4배 늘었다. 국어 응시생은 총 46만1252명이었으며 화법과 작문 29만372명(63.0%), 언어와 매체 17만880명(37.0%)이었다.

표준점수는 수험생 전체 평균 대비 자신의 위치를 보여주는 점수다. 즉 시험이 쉬워 평균이 낮아지면, 표준점수도 내려간다. 통상 표준점수가 140점 이상이면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수학 역시 쉽게 출제됐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0점으로 작년(148점) 보다 낮았다. 표준점수 최고점자 수는 1522명으로, 작년(612명) 대비 2.5배 증가했다. 전체 수학 응시생은 44만3233명으로, 확률과 통계 20만2266명(45.6%), 미적분 22만7232명(51.3%), 기하 1만3725명(3.1%)였다.

영어 1등급 6.2% “의대 변별력 없다”

절대평가인 영어는 원점수 90점 이상인 1등급이 6.22%로 작년(4.71%) 대비 1.51%포인트 낮아졌다.

탐구영역 과목간 유불리 현상은 올해도 계속됐다. 사회탐구 표준점수 최고점은 생활과 윤리가 77점으로 가장 높고, 정치와 법이 66점으로 가장 낮아 격차가 11점이었다. 재작년 격차 3점, 지난해 10점 보다도 높아졌다.

과학탐구 표준점수 최고점은 화학Ⅱ 73점이 가장 높고, 화학Ⅰ 65점으로 가장 낮아 격차가 8점이었다. 작년 격차인 14점보다는 낮아졌지만, 재작년 격차 4점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입시 업계에선 올해 수능은 최상위권 변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 수학 모두 변별력이 크게 약화됐고 영어 1등급이 2만8587명이라 의대나 서울권 주요대에선 변별력이 사실상 없다”고 평가했다. 올해 정시는 소수점 단위 표준점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상위권에서 점수분포가 지난해보다 밀집돼 치열한 눈치작전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심지어는 수능 만점을 맞고도 서울대 의대 진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서울대 의대는 표준점수를 그대로 반영하는데 서울대 의대 필수 요건인 물리, 화학 표준점수가 너무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과학탐구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화학Ⅱ가 73점으로 가장 높지만 나머지는 물리학Ⅰ 67점, 물리학Ⅱ 70점, 화학Ⅰ65점으로 편차가 크다.

역대급 N수생 응시 수능…내일 성적 통지

올해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은 46만3486명으로, 이중 재학생은 30만2589명이었다. 나머지는 이른바 ‘N수생’으로 분류되는 졸업생과 검정고시 합격자 등으로 16만897명이었다. 2006학년도 이래 20년 만에 가장 많은 N수생 응시 규모였다. 이는 내년 1500명대 의대 정원 증원이 이뤄지며 재수생이 늘고, 대학 재학생들까지 모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올해 수능은 변별력 확보가 최대 관건으로 꼽혔지만 이는 실패했다는 게 입시 업계 진단이다. 남 소장은 “물수능이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지만, 의대 등을 노리는 최상위권에게는 너무 쉬운 수능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평가원은 오는 6일 채점 결과를 수험생들에게 통지한다. 개인별 성적통지표는 원서를 접수한 곳(재학 중인 학교, 시험지구 교육지원청, 출신 학교 등)을 통해 교부된다. 졸업생이나 검정고시 수험생 등은 온라인으로도 성적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온라인 성적증명서는 오는 9일 오전 9시부터 발급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