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도입 3개월 남았는데, 해결 과제 산적
‘교육자료’ 격하되면 “개발 비용도 보전 못 해”
구독료 둘러싼 교육당국·출판사들 논의 팽팽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이대로는 개발 비용도 보전을 못 하게 생겼습니다.”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검정을 최종 통과한 한 출판사 관계자는 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AIDT 지위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낮추려는 국회 움직임 때문이다. 교육자료가 되면 각 학교들의 AIDT 채택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된다. 동시에 이는 출판사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AIDT 출판사들, 합격하고도 전전긍긍
AIDT 현장 도입이 내년 3월로 다가왔지만 세부 지침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AIDT 출판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AIDT 지위부터 구독료 협상 문제까지 계속되며 출판사들은 검정에 합격하고도 오히려 손해를 입을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올해 AIDT 검정에 무더기 탈락한 출판사들 사이에서도 내년에 다시 심사를 받기 위해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푸념이 나온다.
AIDT가 교과서 지위를 잃는다면 출판사들은 투자 비용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다. 교과용 도서, 즉 교과서는 모든 학교가 의무적으로 채택해야 한다. 그 아래 지위인 교육용 자료는 개별 학교 선택에 따르는데, 현재 야당에서 이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이런 내용이 담긴 초·중등 교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가 남아있어, 이주호 부총리는 국회를 직접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믿고 개발했는데…손해보면 어떡하나”
이 때문에 출판사들은 AIDT 검정에 통과하고도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AIDT를 몇 명이 쓰느냐와 관계 없이 출판사가 들여야 하는 운용 비용은 똑같다. AIDT 사용 네트워크를 관리하거나, 콘텐츠를 수정 및 보완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그런데 AIDT 채택이 선택으로 바뀐다면, 출판사 입장에선 구독료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일반 교과서보다 수십배를 들여 개발했는데, 잘못하면 개발비도 보전이 어렵게 됐다”고 털어놨다.
정부 정책에 맞춰 AIDT를 추진했다 되레 손해를 걱정하게 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정부가 애초에 ‘교과서’라고 명시하며 개발을 요구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비용을 들였던 것”이라며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도 걸려 있다”고 말했다.
AIDT 구독료는 현재 교육부와 시도별 교육청, 출판사들이 협의하고 있다. 구독료는 AIDT를 사용하기 위해 출판사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재정난을 호소하는 교육청은 구독료를 낮게, 비용 보전을 해야하는 출판사들은 높게 요구해 현재로선 논의가 평행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들은 내년에 늘봄학교나 유보통합 등 정부 정책을 수행할 예산도 모자라, 구독료 부담까지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구독료가 정해지는대로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해야겠지만, 통과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심사 불만 탈락 출판사들도 눈치…“일단 참자”
AIDT 검정에 탈락한 출판사들 처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AIDT 1차 심사 당시에는 상당수 출판사들이 무더기 탈락하며 논란이 일었다. 일례로 초등 수학 교과의 경우 11곳 업체가 참여했으나 2곳만 합격했다.
당시 출판사들 사이에서는 심사 결과를 두고 “집단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가 출판사들에 적극적인 개발을 주문했으면서도 심사가 지나치게 까다롭고, 기준도 불분명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출판사들은 내년에 다시 AIDT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만큼 소송 시도는 무산됐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미 AIDT 사업에 뛰어든 이상 내년, 내후년에도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섣불리 대응하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AIDT 도입 계획이 변경된 데 따른 피해도 출판사들 몫이다. 교육부는 AIDT에 대한 현장 우려 등을 고려해, 2026년으로 예정했던 사회·과학 교과목 도입을 1년 연기하기로 했다.
내년 심사에 맞춰 개발을 추진하고 있던 출판사들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이미 기획을 마치고 저자까지 섭외한 상황”이라며 “갑작스럽게 인력을 전환 배치해야 해 난감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