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교수 A씨, 성폭력으로 감봉 3개월 징계 처분
동덕여대·성신여대서도 락카 시위 중…“학교 소통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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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성범죄자 교수 OUT”, “총장도 공범이다”, “서울여대는 룸살롱이 아니다.”
15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에서도 이른바 ‘락카 시위’가 한창이었다. 서울여대 입구에 세워진 건물인 50주년 기념관 계단과 외벽에는 빨간색 락카로 ‘학생을 보호하라’, ‘성범죄 교수 처벌하라’는 문구가 곳곳에 쓰여 있었다. 차도와 인도에도 ‘제대로 처벌하라’는 문구가 빼곡이 쓰여있었다.
앞서 서울여대 인권센터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7월 인문대 교수 A씨가 성희롱·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신고 내용을 접수해 A 교수의 부적절한 행동이 성폭력(성희롱·성추행)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성희롱·성폭력 재발방지, ‘1:1 교육 이수’ 요구 조치를 포함해 A교수의 징계를 학교에 요구했다. 서울여대 측은 같은 해 9월 인사위원회에서 A교수에 대해 감봉 3개월 징계 처분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런 학교의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 지난해부터 학교의 공개사과, 피해자와 가해 교수의 분리 조치 등을 요구한 대자보를 붙여왔다. 이에 A교수는 대자보를 쓴 학생을 대상으로 명예훼손을 했다며 지난 10월 노원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A교수는 대자보의 내용 중 ‘지속적 성추행’과 ‘위계를 이용한 성폭력’이 허위이기 때문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교수 측 변호사는 “아직 고소 사건이 진행 중이라 결과가 나온 후에 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A교수가 속한 인문대에는 입구부터 내부까지 이 교수를 규탄하는 포스트잇 등으로 가득 찼다. 인문관 입구에는 ‘성범죄자 나가라’며 계란을 투척한 흔적도 남아있었다. 인문관 내부에는 ‘우리는 안전한 학교를 원한다’, ‘무엇이 두려운가. 서울여대는 응답하라’며 학생들이 보낸 근조화환 10기가 놓여있었다.
또 다른 출입구에는 ‘서울여대 반성하라’며 락카로 적은 문구가 바닥과 건물 외관을 채우고 있었다. 비치된 락카를 들고 바닥에 새롭게 문구를 새기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누리관 외벽도 포스트잇 등이 창문에 꽉꽉 붙어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서울여대 학생들은 ‘학교의 조치가 너무나 관대하다’며 이 같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울여대 휴학생 A(23) 씨는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고, 학교에서도 성추행으로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고작 감봉 3개월의 처분을 받은 것이 너무 화가 난다”며 “학생들도 대자보 붙이는 걸로 안 되니까 이렇게까지 나선 것”이라고 했다.
학생누리관 외벽에 ‘성범죄 교수 OUT’이라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던 서울여대 졸업생인 B(25) 씨는 “우리 사회에서도 성범죄자에 대한 처분이 관대한데, 학교에서마저도 경미한 처분을 내려 성범죄를 저지른 교수가 강단에 남아있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행동에 동참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학생들의 시위방식은 대자보, 집회 등이었다. 락카 시위는 나도 처음 보지만, 지금까지 학교가 학생의 의견을 묵살하고 넘어간 적이 많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경우 학교에 우리의 의견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락카 시위를 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졸업생인 C(24) 씨 또한 “국민이라면 누구나 집회, 시위의 자유가 있는 것 아니냐”며 “대자보와 포스트잇을 붙였는데 학교에서 다 떼고 있다. 그래서 락카를 든 것이고, 이런 시위 또한 의견을 개진하는 한 방법이기 때문에 존중받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동덕여대와 성신여대에서도 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며 ‘락카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락카시위’를 벌이는 가장 큰 이유로 학교의 불통을 꼽고 있다. 동덕여대와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학교가 남녀공학 전환 안건을 학생과 소통 없이 추진하려 했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