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제 전환, 상품출시 단축

다양한 투자 대상 확대 기회

‘규제완화에 영역확대’ 리츠시장 ‘밸류업’ 기대감

부동산 경기 악화와 고(高)금리에 따른 금융 비용 부담까지 겹친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업계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정부가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선 인가제가 아닌 등록제를 적용하면서 공모 상품 출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오피스·주택에 쏠렸던 상품군도 다양한 시설물을 포함한 투자처로 넓어질 수 있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7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리츠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리츠가 부동산을 직접 개발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리츠’를 도입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리츠는 2000년대 초반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도입했다. 20여 년이 지난 최근 국내 상장 리츠 시가총액은 8조원으로, 싱가포르(93조원)·일본(152조원)과 비교해도 그 격차 크다. 미국은 1604조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이 6%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활성화됐다. 반면, 국내는 0.3%로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번 활성화 대책에 한국리츠협회는 리츠 대형화의 초석을 마련했다며 환영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가제가 아니라 등록제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하는 현행 리츠와 달리 등록만으로도 설립이 가능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개발사업 특성상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이번 대책에 따라 통상 1년 6개월이 걸리는 인가 기간도 대폭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업계에선 이번 방안이 사모형 리츠가 공모로 전환하는 데도 촉진제 역할을 해내면서 시장에도 보다 다양한 공모 리츠 상품들이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리츠를 통해 헬스케어와 데이터센터, 태양광·풍력발전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리츠는 부동산 혹은 부동산을 담고 있는 펀드를 일정 비율 이상 투자해야 한다. 이는 ‘부동산’이라는 정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담을 수 있는 자산군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즉, 단순 토지나 오피스·주택는 무난하게 투자할 수 있겠지만 만일 특정 시설물들이 포함된 건물인 경우 매번 정부의 해석과 판단을 기다려야 하고 설득해야 하는 작업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는 리츠의 76%가 주택과 오피스에 쏠린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에선 SK리츠의 수처리 시설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당시 SK리츠의 수처리시설 편입을 놓고 빌딩이나 물류시설 등 전통적 부동산 자산보다는 산업 시설의 성격이 가깝다는 등 행정당국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대책을 계기로 국내 리츠 투자 대상도 보다 넓어질 전망이다. 먼저 정부는 시니어 주택을 개발·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헬스케어 리츠는 2기·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내년까지 3곳 이상, 2030년까지 10곳 이상 공모해 추진하기로 했다.

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