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람선 사고에도 국내 수상안전을 둘러싼 시민들의 의식은 여전히 희미했다. 세월호 사건 이후 철저해진 선박관리를 통해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더라도, 착용의무 조항이 없는 데다 “굳이 입어야하냐”며 거들떠보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30일 오후 서울 여의나루역 크루즈 유람선 선착장은 단체 견학을 온 중고교생과 일반 시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성인 195명, 소인 4명을 태운 크루즈가 출발했다. 시끄러운 갑판 위에 서 한강을 바라보고 있자 안전교육 내용을 담은 녹음 방송이 흘러나왔다. 선내 어느 위치에 구명조끼와 구명부환 등 안전장비를 배치했는지 안내가 흘러나왔지만, 승객 중 귀담아 듣는 이는 많지 않았다. 승선인원보다 많은 수백개의 구명조끼를 배에 싣고도 ‘입고 탑승하라’는 권유 역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안내방송 내용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승객들도 넘쳐났다.

단체 견학을 온 김모(16ㆍ운남고) 군은 방송 내용이 기억나냐는 질문에 “방송이 나오는 줄 몰랐다”며 “중요한 방송이었냐”고 되물었다. 옆에 있던 또다른 김모(16) 군 역시 “게임방송 유튜브를 보느라 관심이 없었다”고 답했다. 김모(14ㆍ남양주중) 군은 “아까 선장님이 (구명조끼) 입는 법과 위치를 알려줬다”면서도 “구명조끼 입고 타라고 하면 안 탈거다. 부해보이고 불편한데 왜 그렇게 해야하냐”고 답했다. 해당 크루즈 유람선은 총 승선인원이 120%에 해당하는 구명조끼(성인 549개ㆍ소인 140개)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성인 195명과 소인4명 중 구명조끼를 착용한 승객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현행법은 소인 역시 성인과 마찬가지로 구명조끼 착용을 ‘선택사항’으로 두고 있다. 한강사업본부 수상안전과에 따르면 구명조끼를 수백개씩 갖추고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착용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유선 및 도선사업법 17조 규정에 5톤 이상 선박에 대해서는 구명조끼를 입혀야 한다는 구체적 규정은 없다. 오리배, 모터보트 등 5톤 이하의 배마저도 반드시 착용하고 승선하라는 지침만 있을 뿐이다.

번거로워 입지 않겠다 주장하면 관리주체도 손쓸 도리가 없다. 때문에 이날 해당 크루즈 유람선 안전담당자 역시 “법적으로 구명조끼를 반드시 입고 타야하는 조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이 유람선은 구조상 전복돼도 안전하게 구명조끼를 입고 탈출할 시간이 있다”는 궤변도 이어졌다.

반포 수난구조대 관련자는 “배가 전복되는 상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여유롭게 구명조끼 입을 시간이 있다고 확언할 수 없다”며 “구명조끼는 승객의 ‘생명줄’이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안전장비를 미착용한 채 한강에 빠졌다면 생존확률은 매우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김용재 인턴기자/kac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