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미사일 없는 9·9절에 화답 김정은 친서 내용 관심 집중 美의회·언론 회의론은 여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ㆍ9절)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빠진 것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로우키’(low key) 열병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비핵화에 대한 약속을 보여주기 위해 핵ㆍ미사일을 (열병식에서) 제외한 것’으로 믿고 있다”는 폭스뉴스 보도를 전하며 “이것은 북한으로부터 매우 크고 긍정적인 성명(statement)이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열병식 주제가 평화와 경제개발이었다며 “우리 둘은 모두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관련기사 5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일정을 취소한 이후 여러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면서도 ‘북한의 충분한 조치없이’ 고위급회담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의 방북 이후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전날 외신에 북측이 지난 6일 판문점에서 열린 북미 장성급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았으며, 폼페이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이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친서는 미국에서 합당한 체제보장 조치를 약속할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하고 싶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또, 빠른 시일 내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의 조속한 방북을 바란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일 김 위원장의 세 번째 친서를 전달받았으며, 2차 북미정상회담을 제안한 내용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친서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를 계기로 북미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생길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각종 스캔들과 행정부 내 반발 논란에 휘말려 있기 때문에 외교현안보다는 내부진압에 힘쓸 것이라 관측과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반전을 노릴 수 있는 관측이 양존하고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의 비핵화 ‘확약’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제외한 미 의회와 언론, 학계에서 회의론이 고조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정 실장을 통해 풍계리 핵시험장과 동창리 미사일엔진 시험장 폐기를 이유로 종전선언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론 존슨 공화당 상원의원은 “북한이 비핵화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진정으로 비핵화 의도가 있는 것인지 매우 우려된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등 관계국들의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국제정세를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진력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9ㆍ9절 후속행사가 마무리된 후인 11~12일께부터 평양 남북정상회담 실무협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실무협의를 통해 남북은 방북단의 인원 및 규모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