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어린이날…부모, 자녀 성장에 문제 있나 계속 살펴봐야 -잘못 형성된 자세로 굳어진 척추ㆍ관절, 성장장애될 수도 -가방 멘 자녀의 가방끈 길이가 다르다면 척추측만증 의심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주부 공모(44) 씨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있다. 딸은 최근 들어 부쩍 “허리가 뻐근하다”고 호소했다. 책상에도 오래 앉아 있지 못했다. 공 씨가 책상에 앉은 딸을 유심히 살펴보니 어깨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종종 짝다리를 짚고 서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딸과 함께 찾은 병원에서 “척추측만증이 진행 중이니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어린이날이 다가왔다. 이맘때면 행복한 표정으로 부모 손을 잡고 야외로 나선 어린이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하루가 다르게 커 가는 어린이인 만큼 성장을 방해할 수 있는 척추ㆍ관절 질환에 유의해야 한다. 어린이의 척추와 관절에 생긴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방치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우리 아이 키 잘 크려면… ①] 양쪽 신발 밑창 다르게 닳았나…부모 관심이 ‘키 척도’
어린 시절 잘못된 자세는 척추측만증을 부를 수 있다. 척추측만증은 키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 자녀의 어깨선 수평과 신발 밑창만 확인해도 척추측만증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제공=자생한방병원]

잘못된 자세나 습관으로 유년기에 뒤틀린 척추는 성장기를 지나면 교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성장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 어린이 입장에서는 다른 또래보다 성장이 더뎌지면서 자존감이 떨어질 수도 있다. 조금만 주의 깊게 아이를 살피면 자녀 몸에 생긴 적신호를 알 수 있다. 특히 자녀의 신발 양쪽 밑창의 닳은 정도가 각각 다르다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6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척추측만증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11만3000명이었다. 이 중 10대가 44.4%(5만848명)를 차지했다. 대부분 성장기인 중ㆍ고등학생(13~16세)이 많았다.

전문의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이용 연령이 낮아진 것을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7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30.3%, 유아ㆍ어린이의 19.1%가 ‘과의존 위험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아ㆍ어린이의 경우 2015년 12.4%이었던 것에 비해 불과 2년 만에 1.5배나 늘었다.

문제는 10세 미만의 유년기에 잘못 형성된 자세와 습관이 척추측만증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척추측만증은 척추 변형으로 인해 척추뼈의 만곡이 소실되고 한쪽으로 C자형 또는 S자형으로 10도 이상 틀어지는 질환이다. 특히 10세 전후의 성장기 무렵부터 서서히 진행돼 사춘기에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생한방병원의 엄국현 원장은 “일반적으로 8세를 넘으면 골격이 어느 정도 완성되기 때문에 이 시기를 전후로 아이가 바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자에 앉을 때에는 엉덩이를 넣어 척추의 만곡을 유지하면서 목을 세우고 가슴을 펴는 자세를 갖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은 1년에 10㎝ 이상 키가 크기도 한다. 척추측만증은 성장하는 동안 계속 진행되는 만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엄 원장은 “척추측만증을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이의 수평선을 체크하는 것”이라며 “정면에서 바라본 아이의 어깨선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거나 가방을 멘 아이의 가방끈 길이가 다르다면 척추측만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척추 불균형에 따른 증상은 골반 틀어짐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척추와 양쪽 다리를 연결하는 골반이 틀어지면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게 된다. 이에 대해 엄 원장은 “처음에는 골반 주변 통증만 있지만 심각해지면 요통, 무릎 관절, 어깨까지도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며 “이런 골반의 틀어짐은 아이의 신발 밑창만 봐도 알 수 있다. 양쪽 신발 밑창이 다르게 닳아 있다면 병원을 찾아 검진받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평소 성장기 아이를 둔 부모는 자녀가 바른 자세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엄 원장은 “어린이가 걷거나 앉을 때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은 목과 어깨에 쌓이는 피로를 없애 주는 효과가 있다”며 “척추와 관절을 비롯한 모든 관절에 힘을 골고루 분산시켜 성장판을 자극하는 효과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