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알바생으로 위장 취업한 뒤 가게 안 금품을 챙겨 달아나는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편의점, PC방 등 사업 특성상 24시간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곳을 노리는 경우가 적잖은 상황. 영세사업주들 사이에선 “알바생을 믿고 쓸 수 있겠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대방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권모(34) 씨도 지난달 말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을 채용했다가 현금을 도둑맞았다. 권 씨가 올린 야간 알바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온 건 정모(24) 씨. 권 씨는 말끔한 외모의 정 씨를 의심없이 채용했다. 주민등록증과 이력서 등에도 특이점은 없었다. 그러나 정 씨는 수습교육 하루만에 본색을 드러냈다. 교육을 진행하던 권 씨의 형이 화장실을 간 새 금고 안에 있던 현금 30만원을 훔쳐 달아난 것이다. 당시 현장에는 폐쇄회로(CC)TV가 버젓이 달려 있었지만, 정 씨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불과 10여분만에 금고를 따고 도주했다.

(주말생) ‘알바 공고’ 보고 왔다더니, 알고 보니 절도범…업주들, “알바생, 믿고 채용할 수 있겠나요?”

이같은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21일엔 편의점 및 PC방 등지를 돌아다니며 알바생으로 위장 취업해 출근 첫날 금품을 훔쳐 달아난 오모(35) 씨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고, 비슷한 시기 울산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담배와 현금 등 100여만원 상당을 훔친 10대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절도 뿐 아니라 업주의 약점을 잡아 돈을 뜯어내는 일도 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한 업주의 경우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또는 영업정지 3개월 등의 처분을 받는다는 점을 노려 업주에게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력서만 보고 알바생을 뽑아야 하는 업주들로선 답답한 노릇. 권 씨의 PC방에서 현금을 훔쳐간 정 씨도 주민등록증에 신상정보가 적힌 이력서 등을 제출했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야 동종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권 씨는 “경찰에서 앞으로는 알바생을 채용할 때 신원확인을 하고 채용하라고 얘기했다”면서, “상대방의 동의를 받으면 경찰서에서 조회가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범죄경력조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현행법상 영세사업주가 알바생의 범죄경력조회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고, 알바생 본인이 자신의 범죄기록을 조회하기 위해 서류를 취득해도 업주에게 보여주는 건 불법이기 때문이다.

시ㆍ군ㆍ구청에서 제공하는 신원조회(결격사유조회)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개인이 신원조회를 신청할 수 없으며, 일반 기업 및 기관에서만 정식 공문형태로 조회 요청이 가능하다. 알바생이 본인의 신원조회도 신청할 수 없는 것이다. 구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법률 사무소 같은 곳 외에 편의점이나 음식점 등의 영세사업장에서 신원조회 요청이 들어온 적은 없었다”면서, “법령에 근거가 없으면 신원조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하는 업주-알바생 관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권 씨는 “솔직히 믿고 일할 알바생을 채용하는 데 경찰서까지 같이 가 신원 확인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돈을 절도 당한 것보다 앞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될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씁쓸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