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일 만나 재정 및 통화정책 공조 방안에 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었다. 최근의 국내 경기 상황과 미국의 양적완화(QE) 축소 영향, 중국과 일본 경제의 개선 가능성 등 국내외 상황에 대해 두 사람의 인식 차가 크지 않은 것 같아 일단 다행이다. 특히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정책 간 조화를 이룸으로써 한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갭(gap)을 없애자는 약속도 두 기관 간 긴밀한 공조관계에 기대를 갖게 한다.
기재부와 한은은 지난 정권에서 호흡에 적잖이 문제를 드러낸 바 있다. 김중수 전 총재는 ‘한은도 정부’라더니 금리인하 시기를 놓쳐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냈다. 한은을 탓하는 목소리 못지않게 두 기관 간 공조 시스템 부재를 지적도 많았다. 지금 이주열 총재도 “(한은의 제1 책무인) 물가 관리에만 얽매이지 않고 성장도 균형감을 갖고 보겠다”며 ‘매파’답지 않은 유연함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한은의 정책 목표가 충돌하더라도 정책의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는 게 시장의 바람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재정·통화정책의 공조 가능성에 기대가 높다.
그렇다고 두 기관이 늘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역시 경기회복 여부 판단에 대해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간 날선 공방이 여전하다. 양적완화 축소 규모와 시기를 놓고도 갈등이 많다. 금융회사 자기자본 강화문제를 놓고는 ‘규제의 효용성’ 논란이 뜨거웠다. 어느 나라 건 정부와 중앙은행 간 비판과 갈등은 상존한다. 다만, 치열한 정책 논쟁 끝에 나온 결론에 대해선 아집을 버리고 함께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제에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정례화ㆍ공식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 금융안정감시협의회(FSOC)처럼 주요 정책기관장들이 모두 참여해 거시경제 운용에 관한 틀을 만들어 조율하자는 것이다. 정책기관 간 소통의 부재를 최소화함으로써 건전한 비판은 물론 선제적 위기 대응 시스템도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는 우리의 고환율 정책과 그에 따른 막대한 경상흑자를 경계하고 있다. 우리 경제를 살리려면 성장과 수출, 경상 흑자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우리 경제의 건강한 재도약을 위해선 긴밀하고 상호보완적인 정책 조율이 필수다. 현 부총리가 선물한, 이 총재의 활짝 웃는 초상화가 주는 의미가 그래서 가볍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