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딥-백스테이지: 갈 길 먼 ‘모두의 클래식’] 5만원 vs 55만원…같은 공연인데 한국에선 왜 11배로 뛸까
소위 ‘등급’이 정해져 있는 독일 오케스트라의 세계에서, ‘등급’조차 적용되지 않는 최정상 오케스트라가 있다. 바로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이 악단의 내한공연 티켓 가격은 R석 기준 55만원. 국내 최고가다. 그렇다면 독일 현지에서 같은 공연을 본다면 얼마를 내야 할까. 베를린필에 따르면, 2025년 11월 현재 같은 시기 현지 공연은 35유로(한화 5만2000원)~160유로(23만8000원) 선. 서울 공연과 비교하면 최저가(서울 C석 11만원)는 2.1배, 최고가는 2.3배 더 비싸다. 현지 할인 제도를 이용하면 가격 차는 더 벌어진다. 베를린필은 14~21세 청소년에겐 6회 공연에 총 60유로(약 9만원)를 받는다. 공연 1회당 1만5000원꼴이다. 30세 미만은 회당 15유로(약 2만2000원), 베를린패스(저소득층 복지카드) 소지자는 3유로(약 44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티켓 가격은 베를린 청소년 가격의 약 37배, 베를린패스 가격의 125배나
2026.06.01 11:23
이서진 ‘바냐 삼촌’, 조성하 ‘반야 아재’…체호프는 왜 지금 소환됐나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형이 뭘 알아, 이혼했으면서!” (이서진) vs “바람난 여자한테 전 재산 다 바치고선 그딴 기타 하나 남아서 좋아요?” (조성하) 체호프 작품이 한국말로 옮겨지자,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대사로 완성됐다. ‘바냐와 반야’, ‘삼촌과 아재’의 차이만큼이나 전례 없는 ‘미학적 충돌’이다. 지금 국내 연극계는 같은 원작을 완전히 다르게 바라본 두 편의 연극으로 인해 연일 뜨겁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하고 배우 이서진·고아성이 출격한 ‘바냐 삼촌’과 국립극단과 조성하·심은경이 만난 ‘반야 아재’ 이야기다.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가 각기 다른 프로덕션에서 다른 연출가, 다른 배우들의 조합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이 둘은 완전히 상반된 ‘연극적 행로’를 보여준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같은 시기 동일한 원작을 무대에 올리는 시도는 나름의 ‘문화적 동시대성’의 발현이다. 국립극단 ‘반야 아재’의 연출을 맡은 조광화는 “평생을 걸쳐 이어온 노동과
2026.05.31 08:00
5만원 VS 55만원? 한국 클래식 티켓은 왜 세계 최고가가 됐나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소위 ‘등급’이 정해져 있는 독일 오케스트라의 세계에서, ‘등급’조차 적용되지 않는 최정상 오케스트라가 있다. 바로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이 악단의 내한공연 티켓 가격은 R석 기준 55만원. 국내 최고가다. 독일 베를린 현지에서라면 어떨까. 베를린필에 따르면 2025년 11월 현재 같은 시기 현지 공연은 가격 등급에 따라 35유로(한화 5만2000원)~160유로(23만8000원) 선이다. 서울 공연과 비교할 때 최저가 (서울 C석 11만원) 기준 2.1배, 최고가 기준 2.3배 더 비싸다. 여기에 베를린필은 특별한 ‘할인 제도’가 있다. 14~21세 청소년은 6회 공연을 총 60유로(약 9만원)만 내면 된다. 공연 한 번에 1만5000원꼴이다. 30세 미만은 회당 15유로(약 2만2000원), 베를린패스(저소득층 복지카드) 소지자는 3유로(약 44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연령별, 소득별 혜택이 전무한 서울에서의 R석(55만원) 가격은 베를린 청소
2026.05.24 08:00
“재능 없는 얼간이”…서로를 혐오한 두 천재, 브람스 vs 차이콥스키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888년 1월 1일, 라이프치히의 눈 덮인 거리.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낸다는 아쉬움도 없이 새해 첫날은 활기로 가득했다. 그날, 바이올리니스트 아돌프 브로드스키의 자택 거실에 음악사의 물줄기를 바꾼 세 남자가 모였다. 노르웨이의 작은 거인 그리그와 서로를 ‘미학적 숙적’으로 여기던 두 남자, 요하네스 브람스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였다. 둘은 팽팽한 평행선 위에 선 관계였다. 결코 섞일 수 없는 극과 극의 궤도였다. 차이콥스키의 일기장에 적힌 브람스의 ‘뒷담화’가 구구절절할 정도다. “재능 없는 얼간이”,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는 음악적 사기꾼”…. 차이콥스키는 브람스의 음악을 지나치게 학구적이고 건조하다고 봤다. ‘선율’ 대신 ‘구조’를 숭배하는 음악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브람스 역시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 “너무도 감상적이고 지나치게 감정에 기대는 작곡가”라는 것이 차이콥스키에 대한 브람스의 평이다. 심지어 브람스는 차
2026.05.10 08:00
누가 금기 깬 ‘붉은 원탁’에 서나…성별 뒤집은 17분의 혁명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스네어 리듬이 작은 북소리를 내며 그 고요한 여정은 시작된다. ‘따다다당 따다다당, 따다다따다다당.’ 규칙적 리듬이 청각을 깨울 때 플루트 하나가 선율을 띄운다. 4분의 3박자, C장조. 모난 음표 하나 없이 우아하게 하강하는 선율. 그러다 57번째 마디에 이르면 균열은 시작된다. 매끄럽던 선율이 뒤틀리고, 한 옥타브 안에 머물던 음악은 두 옥타브를 넘나들어 몸집을 키운다. 음역만큼 벌어진 선율은 가시처럼 살갗을 파고든다. 340마디, 17분. 단 한 번도 멈추지 않는 북의 리듬. 그 위로 플루트에서 클라리넷, 바순에서 색소폰이 이어달리기처럼 등장한다. 그렇게 악기 소리가 하나씩 쌓이고 쌓여 음향을 키운다. 벗어날 수 없는 17분의 구조가 만들어낸 단 하나의 거대한 크레센도를 완성한다.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는 붉은 원탁 위에서 다시 시작된다. 손끝, 어깨, 시선…. 미세한 움직임에 숨이 막힌다. 오선지 위 음표처럼 내려앉아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몸의 리
2026.04.26 08:00
왕좌 위 오르가슴…금기 깬 ‘19금 오페라’의 권력 게임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왕과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딸, 단 한 번도 후계자로 인정받지 못한 서자이자 짝사랑 대상마저 정비 소생의 이복동생(페네나)이었던 비운의 장녀. ‘출생의 비밀’과 왕이 구상한 후계를 알게 된 아비가일레가 격정적 레치타티보로 수치와 분노를 쏟아낸다. 거친 포르티시모로 몰아치던 오케스트라가 갑작스레 멈추자, 애처롭고 맑은 플루트 솔로가 심리적 징검다리를 놓는다. 투박하고 묵직한 창살이 솟구친 왕좌(王座)로 향하는 다섯 개의 계단. 갑옷 같은 가죽 드레스를 입은 여전사가 육감적 실루엣을 일렁이며 걸음을 옮긴다. 폭력의 세계에서 단련된 강인함은 사라진 채, 권좌를 더듬는 손길이 유혹적이다. 차디찬 청동 쇠붙이를 갈구하듯 농염한 애무는 이내 자기 몸으로 향한다. 거대한 왕좌를 침대 삼아 누워 오르가슴을 탐닉하는 욕망의 여전사. 결핍으로 빚어진 자아의 권력욕은 성적 욕망과 뒤엉켜 인간의 굴절된 갈망을 드러낸다. 40년 만에 막을 올린 서울시오페라단의 ‘나부코’ 2막 1
2026.04.12 08:00
“그 여자에게 꽃 받으면 인생 폭망”…오전 11시, 그곳에서 무슨 일이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새빨간 드레스에 하이힐,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등장하자 무대는 19세기 스페인 세비야 광장으로 돌아간다. 매혹적인 중저음이 실어 보내는 육감적 선율, 어디에 숨겼는지 그는 객석으로 ‘장미꽃’을 던진다. ‘댕, 댕, 댕’ 매일 오후 12시, 담배공장의 휴식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고된 노동과 훈련의 땀방울을 털어내는 꿀맛 같은 점심시간. 이 시간이 되면 광장엔 기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오른쪽은 군대 연병장, 왼쪽은 담배공장. 한 곳은 온통 남자만, 다른 한 곳은 온통 여자만 존재하는, 이질적인 두 공간이 나란히 자리했다. 각각은 금남, 금녀의 구역처럼 보이지만, 이 시간이 되면 그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다. 공장에서 수많은 여공이 쏟아져 나오면 야릇한 썸의 내음이 진동하지만, 광장의 군인과 사람들은 이내 단 한 사람을 찾는다. ‘이 구역’ 얼짱, 세비야의 여신 카르멘이다. “공장에서 가장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인이죠. 군인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그녀와 눈을 마주
2026.03.29 08:00
“넌 나만 봐” 여성 편력·가스라이팅 일삼는 나쁜 남자, 말러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하얀 파도가 밀려드는 끝도 없는 바닷가. 서래를 잃은 해준이 모래사장에서 눈물이 마르지 않을 때, 비극처럼 하프 선율이 시작된다. 그 위로 벨벳 같은 현악기가 미끄러지며 잡히지도, 잡을수도 없는 사랑을 그린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흐르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이다. “나는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했어요.” 훗날 말러의 아내가 되는 19살 연하의 알마 쉰들러는 연인이 보내온 ‘아다지에토’의 초안 악보를 받아들고 이렇게 말했다. 알마는 ‘무언의 세레나데’이자 ‘강렬한 구애’였던 편지의 속뜻을 어렵지 않게 읽어냈다. 끊임없이 상승하는 미완성의 멜로디는 ‘도달하지 못하는 사랑’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더 필사적이었던 말러의 사랑은 ‘구원’을 향해 있었다.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에서 노년의 작곡가가 아름다운 소년에게 집착할 때, 이 음악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2026.03.15 08:00
“164cm 이하만 모십니다”…관객이 믿는 순간, 인형은 생명이 된다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태평양 한가운데, 깊고 어둔 하늘과 끝을 알 수 없는 블랙홀 같은 바다 위. 숨 쉬는 존재라곤 인간 하나와 짐승 셋 뿐이다. 가장 위협적인 건 벵골 호랑이다. 그르릉, 크륵, 후웁! 격렬히 들썩이는 몸통에 쩍 벌어진 입, 살기를 품은 듯한 눈빛에 등골이 오싹하다. 방심은 금물.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금세 저 녀석의 사냥감이 되고 만다. 설상가상 굶주린 하이에나가 오랑우탄을 물어뜯어 집어 삼키니 인간에게 남은 건 공포와 두려움 뿐이다. 연극 ‘라이프 오브 파이’(부산 드림씨어터)다. “처음엔 맨땅에 헤딩이었죠.” 250㎏의 벵골 호랑이는 15㎏의 플라스타조트(plastazote·저밀도 폴리에틸렌을 가공해 가볍고 탄성 좋은 재료)와 나무 골격으로 다시 태어났다. 세 명의 퍼펫티어(puppeteer·인형을 다루는 배우)의 몸에 얹어진 모형 호랑이. 삼위일체가 돼야 하는데, 벵골 호랑이와 세 명의 인간이 하나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정명필 ‘라이프 오브 파
2026.03.08 08:00
“서울 배경 작품에 백인 배우라니~”…때아닌 ‘어햅’ 캐스팅 논란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 결정을 내린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시아계 공동체가 느끼는 배신감은 깊고 실재하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다.” (브로드웨이 아시아계 배우 BD 웡) 지난해 7월, ‘뮤지컬 본토’이자 공연계 ‘자본주의 상징‘인 브로드웨이에선 엄청난 트라우마로 몸살을 앓았다. 그 해 세계 최고 권위의 공연 시상식인 ’토니 어워즈‘에서 무려 6관왕을 차지한 한국의 창작 뮤지컬의 ’브로드웨이 버전‘인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ending)‘ 때문이다. 당시 제작진은 “주인공 대런 크리스에 이어 앤드류 바스 펠드먼을 올리버 역으로 캐스팅했다”고 발표, 미국 공연계에 유례없는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이른바 ‘화이트 워싱’ 논란이다. 연극 ‘버터플라이’(1988)로 토니상을 받은 아시아계 배우 BD 웡은 “(배우 교체라는) 이러한 전환은 슬프게도 이 작품(‘어쩌면 해피엔딩’)이 우리 공동체에 선사한 인정과 축하를 무효로 만든다”고 말했
2026.03.05 1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