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미의 세포들’, 드라마엔 없는데 뮤지컬엔 있는 ‘그것’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총명한 눈빛을 빛내는 이성 세포, 쌍둥이처럼 나란히 서서 뾰로통한 입술을 내미는 감성 세포, 시종일관 훌라후프를 돌리는 다이어트 세포, 그 옆에서 “떡볶이는 먹고 싶다”며 ‘오늘의 메뉴’를 고민하는 출출 세포, 이들의 뒤에서 지출 수도꼭지를 틀어막기 위해 눈에 불을 켠 자린고비 세포…. 쫄쫄이 타이츠를 벗어 던진 세포들이 무대 위로 튀어나왔다. 연애도 직장도 이상 무! 무탈하고 평온한 날들을 보내는 ‘보통의 일상’이 이어지면 아기자기한 세포마을이 등장한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유미의 머릿속은 신비로운 소우주다. 세포들은 저마다의 동선 안에서 유미의 행복을 위해 각자의 삶을 산다. 누적 조회수 34억 뷰를 기록한 네이버 메가 히트 웹툰, 전 세계를 사로잡은 드라마와 3D 극장판 애니메이션까지 장악한 슈퍼 IP(지식재산권) ‘유미의 세포들’이 3차원 시공간과 마주했다. 무한 스크롤 속에 유영하던 방대한 ‘내면세계’를 무대로 올리는
2026.08.23 08:00
“애인 바뀔 때마다 명작이…” ‘난봉꾼’ 바그너의 여성 사용법 [백스테이지]
#1. 순결과 고결함을 강조하는 새하얀 옷자락을 휘날리는 엘리자베트. 바르트부르크의 성스러운 세계에서 그녀는 사랑을 믿고, 죄를 씻고, 자신의 목숨으로 남자를 구원한다. 또 다른 여자가 있다. 저편 멀리 떨어진 베누스베르크. 그곳은 ‘관능적인 팜므파탈’ 베누스의 세계다. 육체와 욕망, 쾌락으로 뒤엉킨 곳, 남자의 모든 욕망과 갈망을 충족시키며 그를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여자. 남자는 두 여자에게 양다리를 걸치도 있다. 이 둘을 오가며 갈등하고 번뇌한다. (‘탄호이저’ 중) #2. 불타는 장작더미 위로 말에 탄 채 뛰어드는 브륀힐데. 그는 남성의 구원을 위해 제단에 바쳐지는 수동적 희생양일까 새로운 시대를 연 영웅일까. 브륀힐데는 아버지(보탄)의 수동적 도구였던 발퀴레의 신성을 스스로 내던지고, 남성 신들의 오만과 탐욕, 권력욕으로 얼룩진 계약의 세계를 자기 손으로 태워버린다. 가장 드높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브륀힐데의 목소리는 신들의 궁전 발할라를 무너뜨리고, ‘탐욕의 상징’이
2026.08.09 08:00
‘여신’과 ‘마녀’ 사이…록 페스티벌엔 여성 헤드라이너가 없다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전체 후보 915명 중 여성은 251명(비율 27%). 전체 수상자 173명 중 여성은 40명(23%). 2004~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와 수상자의 성별 비율이다. 75A의 보컬인 오요는 2017년 2월 2004~2017년 14년간 치러진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와 수상자의 성별을 분석했다. 여성 아티스트의 수는 늘었지만, 음악상 후보에 오르고 수상을 하는 사람들은 매년 20% 내외에 불과했다. 심지어 록과 힙합, 메탈&하드코어 장르에서는 이 기간 내내 여성 수상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권 신장이 이뤄졌지만, 인디 음악계에서 여성 뮤지션들은 아직도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 거대 자본이 휘두르는 주류 음반산업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등한 음악적 지향점을 가진 인디 음악이 주류 음악 신(scene)보다 더 남성 중심적이고 차별적이라는 ‘아이러니’를 품고 있는 것이다. 수상자 숫자는 이런 인디 음악계 분위기를 드러내는 단편적인
2026.08.07 21:00
키스 한 번에 혐오 남성과 사랑에 빠진다?!…‘투란도트’가 살아남는 방식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무도 잠들 수 없다! 오 공주님, 당신도 잠들지 못하겠군요. 당신은 차가운 방에서 사랑의 희망으로 빛나는 수많은 별을 바라보겠네요.” (오페라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 중) 모두가 말렸다. 일국을 이룬 아버지도, 오랜 시간 충성한 하녀도, 심지어 적국의 근위병들도 말렸다. 치기 어린 젊은 왕자는 ‘얼음 공주’ 투란도트를 멀리서 단 한 번 본 뒤 금세 사랑에 빠진다. 1926년 4월 25일 밤,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은 이내 숨을 죽였다.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5개월 만에 열린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의 세계 초연 무대다. 그 유명한 칼라프 왕자의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들 수 없다)가 지나가고 3막의 중반부, 충직한 시녀 류(Liù)가 칼라프의 이름을 가슴에 품은 채 단도를 꺼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군중이 류의 시신을 메고 퇴장하는 슬픈 장례 행렬의 선율이 이어진
2026.07.26 08:00
AI에 아리랑 작곡을 시키면 생기는 ‘황당한 일’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고단히 버텨낸 이 하루 끝에, 숨 한 번 고르는 것도 삶이라…” (‘그대라는 기적’ 중) 드라마 OST 같기도, SNS의 BGM 같기도 하다. 평범한 문장들이 낭랑한 음색에 실려 가만가만 내려앉는다. 소박하게 건네는 위로의 말들은 가야금과 해금, 대금과 소금이 만들어내는 선율 위에 얹어져 관객의 귀에 살며시 가닿았다. 어쩌면 그토록 필요했던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객석에선 끝내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번졌다. “오늘도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버텨보자.” 지난 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인문학 콘서트 ‘공존’. 무대 위 AI 작곡가 ‘지음’의 목소리가 뱉어낸 노랫말은 시인의 문장도, 거창한 철학도 아니었다. 공연에 앞서 관객 167명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을 적어낸 문장들을 모아 노랫말을 짓고, 그것에 어울리는 선율을 붙였다. ‘인간만의 영역’이라 자부했던 창작도, 위로도 동시에 해내는 광경이었다
2026.07.19 21:00
“그 여자에게 꽃 받으면 인생 폭망”…오전 11시, 그곳에서 무슨 일이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새빨간 드레스에 하이힐, 메조소프라노 김선정이 등장하자 무대는 19세기 스페인 세비야 광장으로 돌아간다. 매혹적인 중저음이 실어 보내는 육감적 선율, 어디에 숨겼는지 그는 객석으로 ‘장미꽃’을 던진다. ‘댕, 댕, 댕’ 매일 오후 12시, 담배공장의 휴식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고된 노동과 훈련의 땀방울을 털어내는 꿀맛 같은 점심시간. 이 시간이 되면 광장엔 기묘한 분위기가 감돈다. 오른쪽은 군대 연병장, 왼쪽은 담배공장. 한 곳은 온통 남자만, 다른 한 곳은 온통 여자만 존재하는, 이질적인 두 공간이 나란히 자리했다. 각각은 금남, 금녀의 구역처럼 보이지만, 이 시간이 되면 그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다. 공장에서 수많은 여공이 쏟아져 나오면 야릇한 썸의 내음이 진동하지만, 광장의 군인과 사람들은 이내 단 한 사람을 찾는다. ‘이 구역’ 얼짱, 세비야의 여신 카르멘이다. “공장에서 가장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인이죠. 군인들은 점심시간만 되면 그녀와 눈을 마주
2026.07.15 22:00
韓 뮤덕 홀린 ‘귀멸의 칼날’…만화 찢고 나온 2.5차원 뮤지컬이 뭐길래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복수 혈전이 시작됐다. 강력한 숙적 도우마(우라이 켄지 분)에 맞서 언니의 원수를 갚으려는 인간계 ‘최강 무사’ 코초 시노부(카도야마 요코 분)의 고난도 액션에 이어 번개의 기술을 공유한 사형제의 비극적 검술 대결이 펼쳐진다. 공중제비와 살진(殺陣·검술 액션)이 숨 가쁘게 휘몰아치는 무대. 격렬한 사투 속에서 휘날리는 하오리(만화 속 정통 의상), 미동도 없는 특수 가발과 흔들림 없는 가창이 실시간으로 극장을 채우니 객석의 몰입도는 극에 달한다. 치열했던 칼춤이 멈추고 숨 막히는 정적이 스치던 찰나, 주인공 카마도 탄지로의 단단한 음성이 공연장 한복판으로 날아들었다. “어떤 순간에도 내 마음은 늘 곁에 있어.” 이보다 더 짜릿할 순 없었다. 정적이 깨지자, 객석에선 비명 같은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난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을 가득 메운 한국의 ‘뮤덕’(뮤지컬 덕후)과 ‘귀멸의 칼날’ 쇼케이스 소식에 극장을 찾은 원작 팬들, 미국·영국·일본·중국
2026.07.12 08:00
아리랑 작곡에 中·日 악기를? AI, 베토벤·K-팝도 썼는데 왜?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고단히 버텨낸 이 하루 끝에, 숨 한 번 고르는 것도 삶이라...” (‘그대라는 기적’ 중) 드라마 OST 같기도, SNS의 BGM 같기도 하다. 평범한 문장들이 낭랑한 음색에 실려 가만가만 내려앉는다. 소박하게 건네는 위로의 말들은 가야금과 해금, 대금과 소금이 만들어내는 선율 위에 얹어져 관객의 귀에 살며시 가닿았다. 어쩌면 그토록 필요했던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객석에선 끝내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번졌다. “오늘도 수고했어.” “잘하고 있어.” “조금만 더 버텨보자.” 지난 27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인문학 콘서트 ‘공존’. 무대 위 AI 작곡가 ‘지음’의 목소리가 뱉어낸 노랫말은 시인의 문장도, 거창한 철학도 아니었다. 공연에 앞서 관객 167명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을 적어낸 문장들을 모아 노랫말을 짓고, 그것에 어울리는 선율을 붙였다. ‘인간만의 영역’이라 자부했던 창작도, 위로도 동시에 해내는 광경이
2026.06.28 12:52
여성 관객은 넘치는데 여성 헤드라이너는 왜 없지? [백스테이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전체 후보 915명, 여성은 전체의 27%인 251명. 전체 수상자는 173명, 그 중 여성은 전체의 23%인 40명. 2004~2017년까지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와 수상자의 성별 비율이다. 음악에도 성별이 있다. 2017년 2월 소소하게 화제가 된 사건 하나가 있었다. 75A의 보컬인 오요가 2004~2017년까지 치러진 14회차의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와 수상자 목록을 꺼내 성별을 기입하면서다. 이 시기 록과 힙합, 메탈&하드코어 장르에서는 열두 해 내내 여성 수상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오요는 온라인 매체 핀치(Pinch)에 이 결과를 공개하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성 아티스트들은 여전히 외롭고 힘든 전투를 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이듬해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교차 검증’했다. 2007~2017년까지 ‘올해의 음반’ 수상작 중 여성 멤버가 있는 팀은 2013년 수상자인 3호선 버터플라이와 2015년 로로스 뿐이었다. 당시 오지은은 한 칼럼을
2026.06.14 08:00
[헤럴딥-백스테이지: 갈 길 먼 ‘모두의 클래식’] 5만원 vs 55만원…같은 공연인데 한국에선 왜 11배로 뛸까
소위 ‘등급’이 정해져 있는 독일 오케스트라의 세계에서, ‘등급’조차 적용되지 않는 최정상 오케스트라가 있다. 바로 베를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다. 이 악단의 내한공연 티켓 가격은 R석 기준 55만원. 국내 최고가다. 그렇다면 독일 현지에서 같은 공연을 본다면 얼마를 내야 할까. 베를린필에 따르면, 2025년 11월 현재 같은 시기 현지 공연은 35유로(한화 5만2000원)~160유로(23만8000원) 선. 서울 공연과 비교하면 최저가(서울 C석 11만원)는 2.1배, 최고가는 2.3배 더 비싸다. 현지 할인 제도를 이용하면 가격 차는 더 벌어진다. 베를린필은 14~21세 청소년에겐 6회 공연에 총 60유로(약 9만원)를 받는다. 공연 1회당 1만5000원꼴이다. 30세 미만은 회당 15유로(약 2만2000원), 베를린패스(저소득층 복지카드) 소지자는 3유로(약 4400원)에 관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의 티켓 가격은 베를린 청소년 가격의 약 37배, 베를린패스 가격의 125배나
2026.06.01 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