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재훈 기자] 미국의 기술 이전 문제로 난관에 봉착한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이 이번에는 KF-X 내부의 재정적 압박에 부딪혀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과 관련 우리 정부의 21개 항목 기술지원 요청에 대해 미국 정부 일부 부서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 협상 과정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2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 19일 KAI 이사회에 참석해 KF-X 투자금 회수 방안을 요구하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는 KF-X 개발에서 우선협상업체로 선정됐다.
산업은행 사외이사들이 지적한 것은 KF-X 개발과 관련해 KAI 등 업체가 부담하기로 한 20% 투자금 회수에 대한 정부의 확약과 함께 사업비 증액 및 KAI 분담금 삭감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정부와 양산 계약을 체결할 때 투자금 회수 방안을 확약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사외이사들은 정부로부터 연도별로 세밀한 자금 회수 계획까지 KAI 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사회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으나 이사회는 당장 결론을 내리지는 않고 다음 회의에 이 안건을 다시 상정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KAI 이사회에는 9명이 참석했으며, 이들 가운데 6명이 사외이사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외이사들의 이 같은 요구는 기술이전 및 개발 진행이 삐걱거리면서 KF-X 사업이 재정조달 면에서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와 국회가 내년도 KF-X 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한 사외이사들은 KF-X 사업을 위해 애초 국방부가 요구한 예산 1618억원이 670억원으로 대폭 삭감된 점에 주목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규모의 정부 예산 삭감이 해마다 반복될 경우 KAI의 비용 부담이 연간 3000억~4000억원씩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으로부터 한국 정부의 제안을 받은 미국 정부의 일부 관련 부서가 21개 항목에 대한기술지원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고 한국 정부와 상당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제시한 기술 요청 범위가 상당히 넓고 해당 기술을 담당하는 미국 정부 일부 부서에서 그런 요청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미측과 상당한 협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F-X 개발을 위한 추가 21개 기술 항목에 대한 미국 정부의 승인은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이달 중 결론이 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도 “록히드마틴 측이 최근 미국 정부에서 KF-X 쌍발엔진을 기체에 통합하는 기술 이전을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0월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21개 기술 이전 승인이 11월 안으로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고 답했던 것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방사청이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