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하반기에만 3번 경력 채용
면접 날 삼성 메모리 직원들 대거 연차
양사 간 성과급 격차 벌어질 가능성 제기
SK 주도 HBM 시장 당분간 지속 전망
‘칩(Chip)만사(萬事)’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SK하이닉스 면접 날 삼성전자 직원들은 연차 냈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을 포함한 D램 메모리 분야에서 경력 사원을 대거 채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 면접 시기와 삼성전자 직원들이 연차를 쓴 날짜가 겹친다는 전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1등 자리에 오르고, 사상 최대 실적까지 달성하며 상승세를 달리자 삼성전자 직원들이 SK하이닉스로 이직하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과연 같은 시기 SK하이닉스 면접과 삼성전자 직원들 연차 신청이 겹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
SK하이닉스 적극적인 인재 확보에 삼성 직원들도 들썩?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번주 중 ▷회로 설계 ▷프로세스 통합(Process Integration, D램)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링(Application Engineering) ▷HBM 관련 기업 간 거래(B2B) 영업 등 부문의 경력 사원 채용 전형 면접을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 기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의 직원들이 연차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내부에선 SK하이닉스로 면접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일하는 A씨는 “많은 후배들이 갑자기 연차를 쓴 걸 두고 ‘SK하이닉스 면접 때문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하반기 들어 SK하이닉스가 여러번 경력 채용을 했는데, 그때마다 서로 소위 ‘눈치게임’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매우 공격적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신입·경력 사원을 모집한 데 이어 10월에도 신입과 주니어 탤런트(반도체 유관 경력 2∼4년 차 경력사원) 지원자를 모집했습니다. 이달 4일 서류 마감한 이번 공고까지 포함하면, 하반기에만 3번의 경력 모집에 나선 겁니다.
HBM을 포함한 AI 반도체 시장의 수요가 폭발하며 SK하이닉스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AI가속기에 탑재되는 HBM은 내년 물량까지 완판됐고 HBM4, HBM4E 등 차세대 제품 개발 속도도 빨라지며 인재 확보가 중요해졌습니다. 고객사 확대를 위한 B2B 영업 등도 중요해진 상황입니다.
SK하이닉스가 좋은 인재를 영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이기도 합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부문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올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조2200억원, SK하이닉스는 15조3845억원입니다. 좋은 인재들의 이직 러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갑니다.
벌써부터 SK하이닉스 vs. 삼성전자 성과급 비교도
SK하이닉스 직원들은 매년 실적에 따라 받는 연 2회의 생산성 격려금(PI)과 연 1회의 초과이익분배금(PS)을 받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매분기 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습니다. 성과급도 역대 최고 수준이 될 전망입니다.
올 상반기 SK하이닉스의 PI는 최고 수준인 기본급의 150%로 책정됐습니다. 미국 자회사인 솔리다임을 제외한 영업이익률이 30%를 넘겼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신입사원 기준 약 400만원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내년 초 지급되는 올 하반기 PI와 연간 PS도 최고 수준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PS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삼아 기본급의 최대 1000%까지 지급하는 성과급이어서 직원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삼성전자도 연 2회의 목표달성장려금(TAI)과 연 1회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중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 OPI에 대한 직원들의 민감도가 높습니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0%의 OPI 지급률이 예상됩니다. 2년 연속 연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메모리사업부도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낮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
OPI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빼고 남은 것을 의미하는 ‘경제적부가가치(EVA)’에 근거해 산정합니다. 예를 들어 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도 여기에 투입된 비용이 90억원이라면 성과급은 10억원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는 B씨는 “올해까지야 격려금 유무 차이 정도지만, 내년에 최대 연봉 50%에 달하는 성과급에서 큰 차이가 벌어지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의 HBM 추격, 시간 걸릴 것”…격차 더 벌어지나
대표 AI 메모리인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독주 체제는 당분간 계속 유지될 전망입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12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가 향후 12개월간 HBM 부문에서 정상에 머무를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HBM 부문에서 (SK하이닉스를) 따라잡는 시기가 2025년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최근 삼성전자의 HBM3E 제품이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삼성전자의 수율(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은 SK하이닉스(약 80%) 보다는 낮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랫동안 견고하게 다져진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 간의 동맹 관계를 고려하면 HBM 시장 구도를 뒤집기에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SK하이닉스의 HBM 매출은 지난해 40억 달러(약 5조6000억원)에서 내년 250억 달러(약 35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 삼성전자 42.4%, 마이크론 5.1%로 분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