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지구가 뒤집어지는 일이에요.”
한국 대중음악 사상 전무후무한 분쟁으로 지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민희진 전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 ‘2024 현대카드 다빈치모텔’에 참여해 ‘K팝의 공식을 깨는 제작자, 민희진의 프리스타일’이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민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하이브와의 분쟁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 “내가 싸움에서 이길 것이다. 난 죄가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강연은 일찌감치 결정됐지만, 그 사이 민 전 대표는 어도어의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고 뉴진스 멤버들은 하이브와 어도어를 상대로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했지만 어떤 것도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민 전 대표는 “없는 죄를 만들 수는 없다. 아무리 거짓말하고 부풀려도 결국 드러날 것이라는 자연의 법칙과 순리를 안다”며 “내가 회사(어도어)를 나간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나와 결을 같이 하는 우리 (뉴진스) 멤버들도 억울할 것이다. 한 번도 회사를 나간다고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프로듀싱만 하라는 것은 업(業)을 너무 모르는 것이다. 나한테 그럴 거였으면 (이 회사에) 오지 않았다”며 “여러분 이것은 희대의 사건이다. 내가 다큐를 꼭 찍을 것이다. 모든 과정을 밝힐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민 전 대표는 하이브와의 소송으로 “지금까지 소송비가 23억원이 나왔다”며 ““내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만큼 부자가 아니다. 소송비 때문에 집을 팔 것이다. 이걸 위해서 집을 갖고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거침없는 화법은 여전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욕을 한 번만 하겠다. X발 이겨야 한다”고 말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민 전 대표가 나오는 이날 강연은 일찌감치 매진 사례를 기록했고, 유튜브 생중계는 무려 1만 7000명이 몰려 지켜봤다. 강연은 9시부터 10시 40분까지 예정됐으나 민 전 어도어 대표에겐 100분의 시간도 짧았다.
그는 “이 시간이 내게 귀하다. 원래 준비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오늘 잘 준비했냐’고 휴대전화에 불이 날 정도로 연락이 많이 왔다”며 “제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마지막 날인 것처럼 연락주셔서 감사하다. 광고주 분들도 연락을 주셨다”고 말했다.
앞서 민 전 대표는 지난 4월 25일, 장장 3시간에 달하는 기습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와의 지난한 분쟁 과정을 폭로했다. 욕설과 눈물, 웃음이 공존했던 이날의 기자회견은 한국 사회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빅이벤트였다. 당시 민 전 대표가 입었던 의상까지 모조리 완판되고, 온갖 짤을 생성됐다.
민 전 대표는 “(인터뷰로) 라디오까지 하고 집에 오니까 후련했지만 씁쓸했다. 제 지인들이 밈을 보내줬는데 슬픈데도 웃음이 났다 ”며 “이걸로 슬퍼하는 게 의미가 없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이 뉴진스를 가스라이팅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한 번 직접 (내게) 겪어보셔야 한다”며 “내가 만약 뉴진스를 가스라이팅했다면 그건 화해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는 거다.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친구를 만날 때도 ‘우리 어차피 헤어질 거 아니잖아. 그럼 그냥 풀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도 거기(하이브)만 풀면 되는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민 전 대표는 K-팝 시스템과 업계의 병폐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시스템은 사주가 고용인을 편하게 부려 먹으려고 만든 게 시스템”이라며 “시스템이 업의 발전을 가져오지 않는다. 도식적으로 기계를 돌리는 것 같은 공장 같은 시스템으로는 (엔터 업계에서는) 다 병폐”라고 꼬집었다.
이날 민 전 대표는 강연 말미 뉴진스의 신곡의 데모를 들려주기도 했다. 현재 하니가 랩을 해보겠다며 가져간 상태라는 것까지 귀띔했다. 이 곡은 FRNK가 만들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은 아직 진행 중이다. 하이브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통해 민 전 대표의 사내이사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만, 대표이사 임명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 전 대표 측은 그러나 “잘못된 계약으로 임기만 연장됐을 때, 뉴진스의 정상적인 아티스트 활동을 보장받지 못할 것을 경계하고 있다”며 “대표이사로서의 복귀 의사를 명확히 밝힘과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하이브의 진정성을 갖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