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 보건복지부 산하 사단법인인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전임 회장과 사무총장 등 간부들이 수억원에 이르는 국고보조금을 정해진 용도 외로 사용하다가 적발됐다. 국장 급 간부들은 관련 업체로부터 개인적으로 금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ㆍ업무상 배임 등)로 조성철(64) 전 회장과 박용오(55) 전 사무총장 등 사회복지사협회 전ㆍ현직 직원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비리에 연루된 업체 대표 3명도 함께 입건됐다.
현재 한국사회복지공제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조 전 회장은 2010년 협회의 전산시스템 구축사업에 투자한 A사 대표 민모(48)씨에게 투자금을 상환해야 하자 “전산장비를 구입하겠다”는 명목으로 복지부로부터 보조금 7800만원을 타내 민씨에게 갚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회장은 2009∼2011년 산림청 녹색사업단이 추진한 녹색지원사업에 복지시설 조경사업을 신청, 선정되자 해당 사업의 보조원 인건비 명목으로 8093만 원의 보조금을 타냈다. 그러나 실제로 보조원은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았고 대신 이 돈을 협회 직원 4명의 급여 지급에 쓴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사무총장은 2014년 12월 B업체 김모(38) 대표와 사회복지사 교육 프로그램 사업 등 용역 계약 3건을 체결했다. 김 대표에게 한달 만에 용역을 완료했다는 허위 보고서를 만들라 시키고 이에 대한 검수까지 한 것처럼 꾸며 용역대금 1억 2000만원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박 전 총장은 그 해에 타 놓은 보조금이 남자 이를 반납해야 하고 다음 해에 보조금 총액이 깎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말단 실무자까지 참여한 내부 회의까지 열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해당 용역계약을 할 때 류시문 현 회장이 최종 결재했다는 점을 주목, 류 회장도 불러 조사했으나 그가 범행에 가담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부 전·현직 국장급 간부는 협회 다이어리 제작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거나, 납품 단가를 부풀려 다이어리 대금을 지급하고 차액을 챙겼다가 덜미를 잡혔다.
현직 국장인 홍모(51)씨는 2011년 매년 협회 로고가 찍힌 다이어리를 만드는 C업체 박모(43) 대표로부터 수의계약을 지속적으로 몰아주는 조건으로 500만원을 받아 챙겨 배임수재 혐의로 입건됐다.
남모(49) 전 국장은 B업체 박 대표에게 다이어리 납품 단가를 정상가보다 높이라고 주문해 해당 금액대로 대금을 지급하고서 차액 602만원을 자신의 은행계좌로 돌려받아 사용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복지사협회는 사회복지사 70만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된 대규모 단체임에도 정부 보조금을 죄의식 없이 용도 외로 써왔다”며 “보통 보조금 범죄는 일부 간부만 개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단체는 회장부터 말단 실무자까지 조직적으로 보조금 유용에 가담한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재발방지와 제도 개선을 위해 복지부와 산림청 등 관계기관에 수사 결과를 통보했다. 또한 사회복지사협회와 비슷한 단체에 보조금 부정사용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