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측 일관된 원칙·뚝심에 박수…사과가 유감? 일부 표현엔 유감 北 말바꾸기·섣부른 낙관 경계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으로 촉발된 남북 간 군사충돌 위기가 25일 새벽 극적 협상으로 일단락되자 시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반겼다. 늦은 시간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고위급 회담 소식에 귀를 기울인 시민들은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가벼운 상태에서 출근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양모(27·여) 씨는 “그간 전쟁이라도 나는게 아닌가 불안했는데 이렇게 해결이 돼 한시름 놓게 됐다”며 “다만 부상당한 군인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회사원 임모(41) 씨는 “요새 며칠 계속 불안했고 특히 어제 북한에서 잠수함 수십 대가 떠나 위치 파악이 안된다는 말을 듣고 괜히 싱숭생숭했다”며 “아침에 일어나 뉴스를 보고 협상 타결 소식을 들었는데, 어제 잠에 들때만 해도 ‘이러다 진짜 전쟁 나면 어쩌나’ 했는데 마음이 놓였고 가뿐한 마음으로 회사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타결에서 정부의 뚝심과 끈질긴 협상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반응이 나왔다.
직장인 박모(56) 씨는 “북한의 재발방지 언급이 없는 건 아쉽지만 북한이 지뢰 폭발에 대해 직접 유감을 표명하도록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 같다”며 “우리 정부가 뚝심 있게 원칙을 고수한 결과라고 생각하고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성공적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과거 경험상 북한의 말 뒤집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자영업자 이모(67) 씨는 “정부가 원칙을 세우고 단호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북한이 꼬리를 내린 것 같다”면서도 “북한은 연평해전 때처럼 사과했다가 며칠 지나면 말을 바꾸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이번 합의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의 유감 표명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대학생 김모(26) 씨는 “아무리 북한이 유감 표현한게 드문 일이었다지만 상대방 다리를 절단시켜 놓고 사과나 책임자 문책이 아닌 유감 한 마디라니…”라며 “북한이 다시 한번 자존심까지 다 챙기고 실익을 얻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김모(43·여) 씨는 “한반도가 전쟁에 가장 가까웠던 순간이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였는데 그 때도 북한이 한게 유감 표명이 전부였다”며 “현실적으로 그 이상의 표현을 바라는 건 무리이고, 더 이상 유감 표명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라고 밝혔다.
강성윤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의 유감 표시가 현실적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합의로 무엇보다 남북관계 복원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남북한이 나름대로 한번도 위기를 서로 결코 원치 않다는 걸 알았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