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기초생활보장 수급비로 50만원을 받는데 월세 20만원을 내면 30만원이 남아. 거기에 대학생 아들 용돈도 부쳐주고 나면 한 달에 십몇만원 가지고 사는 거야. 겨우 겨우 사는 거지.”
22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서 만난 윤순택(67) 씨는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소한의 의식주 외에 문화생활 등은 꿈조차 꿔본 적이 없다.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변변찮아 올여름 폭염을 견딜일이 걱정이다. 쪽방촌 주민들에겐 한겨울 추위보다 오히려 7,8월 불볕더위가 더 고통스럽다. 윤 씨는 “그나마 혼자라서 이만큼 살 수 있는 것”이라며 “덜컥 몸이라도 아파 목돈이 나갈까봐 무섭다”고 말했다.
오는 2018년 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50세 이상 성인 남녀가 생각하는 노후 최저 생활비가 월 99만원 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쪽방촌 등에서 생활하는 취약계층 노인들에게 99만원은 꿈 같은 얘기다. 이들 노인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비 50만원으로 최소한의 생활만 영위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공단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중ㆍ고령자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0세 이상 부부들은 노후 최저 생활 유지를 위해 부부 기준 월 160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인 기준으로는 평균 99만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쪽방촌 노인들의 손에 쥐어진 생활비는 기초생활보장 수급비 49만9288원이 전부다.
2015년 1인가구 최저생계비인 61만7281원이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이달부터 국토교통부에서 주거급여 10만원이 나오기 시작해 겨우 60만원을 채웠다.
하지만 대다수 노인들은 “(정부에서) 죽지 않을 만큼만 주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쪽방촌 노인들이 정부에서 지원받는 60만원 가운데 한 달 월세로 약 15만~25만원이 나간다. 나머지 35만~45만원으로 한 달을 생활해야 한다.
밥만 먹고 사는 것도 빠듯하다. 문화생활, 여행 등은 꿈도 못꾼다.
물가가 올라 반찬 값으로 한 달에 10만원 이상 들어간다는 주민들이 태반이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목돈이라도 들어갈 일이 생기면 월세부터 미루기 일쑤다.
쪽방촌 주민 김영부(74) 씨는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방세를 미룬 적 있다”며 “이런 식으로 일년에 서너달은 방세를 못 내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주민 부기현(60) 씨도 관절염을 앓고 있는 다리를 보이면서 “몸이 이런 상태라 일도 못하는데 갑자기 아프기라도 할까봐 항상 겁이 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