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한국 사람이 미국 캘리포니아 병원에서 미국법에 따라 유언을 남기면 효력이 있을까.
대한민국 국적인 윤모씨의 아버지는 2012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한 병원에서 93세 나이로 사망했다.
그는 사망 직전 아내인 이 모 씨와 2남에게만 미화 8만 달러를 남긴다는 영문 유언장에 서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 공증을 받았다.
3남과 4남은 유언상속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이 과거 아버지 소유 충남 지역 부동산 3만3000여㎡(약 1만평)중 일부를 멋대로 팔아넘기면서 사이가 멀어졌기 때문이다. 상속에서 배제된 3남과 4남은 화가 났고, 2013년 3월 “아버지 유언이 한국 민법 상 자필증서 및 공정 증서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아버지가 영어를 전혀 하지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유언장이 오로지 영어로만 작성 돼 있으므로 무효”라면서 “평소 아버지가 밝힌 상속에 대한 견해에도 일치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맡은 법원은 망자(亡者)의 의지를 확인하는데 주력했다.
법원은 망자가 영어 잘 하는 손녀를 곁에 앉혀놓고 몇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문 유언장을 작성했으며, 그날 바로 캘리포니아주 출장공증인을 불러 공증절차를 밟았음을 입증했다.
즉 아버지 윤씨에게 의사능력이 있었고, 몇몇 아들을 배제한 채 상속대상자를 정했던 망자의 숨지기 전 의사를 확인한 것이다.
아울러 ‘행위지법 속지주의’(사안이 발생한 곳의 규정에 따라 해당 법률행위와 관련한 절차를 밟음) 원칙에 따라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부장 김용관)는 3남, 4남이 어머니 이씨와 2남을 상대로 낸 유언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유언장이 망인의 의사에 반하여 작성됐거나 의사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 국적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언을 한 경우 유언의 내용 및 효력, 집행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법이 적용되고, 유언의 방식에 대해서는 행위지법인 미국 캘리포니아주법이 적용된다. 우리 민법이 정한 유언의 방식과 절차에 따라 유언장이 작성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