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지난 2003년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으로 온 네잠 파힘(27) 씨는 벌써 12년째 한국에서 유학 중이지만 얼마 전부터 유럽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한국 생활이 10년을 넘어도 ‘이방인’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파힘 씨는 “분명 한국은 배울 점도 많고 좋은 나라”라면서도 “유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배타적이라 마음 주고 정착하긴 어려운 곳”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방인’ 차별에 우는 외국인 유학생…‘바이(Bye) 코리아’-copy(o)1
장학금과 기숙사 등 지원 부족과 이방인에 대한 차별 대우 등으로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메르스 여파로 한국에 대한 유학생들의 이미지가 더 나빠지고 있다. 사진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외국인 학생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짠돌이 장학금, 부족한 기숙사, 차별적인 태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새로운 ‘교육 수요’ 창출을 위해 2020년까지 외국인 유학생들을 20만명까지 유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한때 9만명에 달했던 외국인 유학생들은 외려 최근 몇년 새 5000여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 기숙사 부족, 장학금 정책 및 학업ㆍ취업 관리의 미흡 등이 이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이런 가운데 좀처럼 사그라들 줄 모르는 메르스의 기세도 유학생들의 귀국을 부추기고 있다.

18일 국회입법조사처의 ‘외국인 유학생 정책 현황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유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8만 4891명이다. 3년전에 비해 4646명 줄었다.

특히 지난해 4년제 대학 학부 과정을 다니는 유학생의 경우 2012년보다 7957명 감소했다.

이는 같은 기간 어학연수생이 1만 5378명에서 1만 7453명으로 늘어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입법조사처는 그 원인을 장학금 수혜액과 기숙사 수용률 하락에서 찾는다.

‘이방인’ 차별에 우는 외국인 유학생…‘바이(Bye) 코리아’-copy(o)1
장학금과 기숙사 등 지원 부족과 이방인에 대한 차별 대우 등으로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메르스 여파로 한국에 대한 유학생들의 이미지가 더 나빠지고 있다. 사진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외국인 학생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2012년 상반기 1인당 평균 370여만원에 달하던 장학금 수혜액은 지난해 260여만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기숙사 수용률도 하락하는 추세다. 2010년에는 전체 유학생의 39%가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37.2%로 줄어들었다.

입법조사처는 “유학 기간 동안 등록금을 포함한 기숙사비 및 기타 생활비 등의 적잖은 경제적 부담으로 입학 지원을 주저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국내 학생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두 가지 모두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외국인들에게 차별적인 한국인들의 태도가 큰 문제라는 지적이 적잖다.

지난해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를 졸업한 중국인 유학생 최활(28) 씨는 “똑같이 학사를 졸업해도 중국인 대부분은 한국 취업시 중국과 한국 임금의 중간 정도만을 받는다”면서 “나를 포함해 주변 유학생 80%가 취업과 임금 문제 등으로 결국 중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방인’ 차별에 우는 외국인 유학생…‘바이(Bye) 코리아’-copy(o)1
장학금과 기숙사 등 지원 부족과 이방인에 대한 차별 대우 등으로 한국을 떠나는 외국인 유학생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메르스 여파로 한국에 대한 유학생들의 이미지가 더 나빠지고 있다. 사진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외국인 학생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또 다른 유학생도 “물론 한국인도 일자리 찾기가 어렵지만, 외국인의 경우엔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유럽이나 미국 등에선 구성원으로 받아주려고 하지만 한국은 몇 년을 일해도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했다.

최근에는 메르스 확산에 따른 불안감으로 한국을 기피하는 유학생도 생겼다. 부산의 한 대학에서는 당초 중국, 대만 등을 포함해 전세계 5개국 230명의 유학생이 신규 입학할 예정이었지만, 메르스 사태로 입학 연기 및 취소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다들 말로는 괜찮다고는 하지만 불안해하는 게 사실”이라며 “조기 귀국을 하려는 친구들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