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1억 수수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8일 오전 소환조사키로 하면서 과거 ‘모래시계’ 검사로서 대표적인 검찰 특별수사통이었던 홍 지사와 후배 특별수사팀 검사간 맞대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완종 전회장을 상대로 한 망자와의 진실게임에서 승리하지 못하는 쪽은 엄청난 내상을 입게된다. 양측으로선 양보할 수 없는 진검승부가 불가피한 이유다.

특히 홍지사가 검사 시절, 당시 현직 선배검사를 구속기소한 적이 있어, 이번 맞대결은 22년만에 권력형비리로 선후배가 피의자-수사검사로 마주 대한다는 점에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홍 지사는 검사 시절이던 1980년대 후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인척ㆍ측근 비리 사건 수사에 관여한데 이어 광주지검으로 부임한 1991년엔 광주 일대 조직폭력배를 일망타진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수통’ 선배 피의자와 후배 검사의 맞대결…팽팽한 긴장감-copy(o)1

당시 조폭들 사이에서 ‘저승사자’로 통할 정도로 조폭 척결에 앞장서면서 검찰 내부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홍 지사가 일약 스타덤에 오른 덴 1993년 ‘슬롯머신 사건’ 수사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서울지검 강력부에 재직 중이던 그는 돈을 받고 슬롯머신 대부 고(故) 정덕일 씨에 대한 내사를 무마해준 혐의로 ‘6공의 황태자’ 박철언 전 의원을 구속기소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직속상관이자 검찰총장 후보였던 이건개 당시 대전고검장, 엄삼탁 전 안기부 기조실장까지 6공 최고 실세들에 쇠고랑을 채웠다.

이 사건이 1995년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소재로 그려지면서 홍 지사는 ‘모래시계 검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울러 그가 이듬해 15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하는 원동력이 됐다.

홍 지사는 김진태 현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다. 현재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을 이끄는 문무일(54ㆍ18기) 대전지검장보다는 네 기수 위다.

검찰 선배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봐주기 수사’ 우려가 일 법한 대목이지만 검찰 안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특수통 선후배 간 팽팽한 ‘창과 방패’의 대결이 펼쳐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른바 ‘슬롯머신 리스트’에 연루된 선배 이 전 고검장을 사법처리한 홍 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후배에게 발목 잡힐 위기에 처한 것을 보며 반복되는 역사에 대한 회한의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내에서 손꼽히는 특수통인 문 지검장은 평검사 시절부터 굵직굵직한 대형사건을 처리하면서 특별수사로 잔뼈가 굵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 신정아 사건을 거쳐 2008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로 자리를 옮긴 뒤 김경준 전 BBK 대표 기획입국설, 효성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 한전 납품비리 사건 등을 수사했다.

지난해엔 서울서부지검장을 맡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특별수사팀 내부에도 걸출한 특수통 후배들이 포진해있다.

부팀장인 구본선(47ㆍ23기) 대구 서부지청장은 2006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론스타 외환은행 혈값 매각 의혹 수사에 참여하는 등 특별수사 경험이 많다.

판사 출신인 김석우(43ㆍ27기)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도 2012년 한국수력원자력의 원전부품 납품비리 사건과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태스크포스(TF) 등을 두루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