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국회선진외교포럼·플라자프로젝트 주최

“트럼프 2기 시대 거래적 관점 익숙해져야”

“트럼프, 위험인물과 대화...김정은 만날 듯”

“한국과 각국 간 협력 헌신 다해 지원할것”

“트럼프 2기, 안보도 거래 대상 우려...신중한 접근 필요” [코리아헤럴드 안보포럼 2024]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코리아헤럴드 안보포럼 2024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홍규 (아래줄 왼쪽 일곱 번째부터) 사단법인 플라자프로젝트 이사장·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최 대표이사, 페르난데즈 주한 EU대사, 주호영 국회부의장,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위성락 국회 선진 외교를 위한 초당적 포럼 대표의원, 김대식 국민의힘 국회의원,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상휘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상섭 기자
“트럼프 2기, 안보도 거래 대상 우려...신중한 접근 필요” [코리아헤럴드 안보포럼 2024]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코리아헤 럴드 안보포럼 2024에서 위성락(사진 왼쪽 위부터 시 계방향) 국회 선진 외교를 위한 초당적 포럼 대표의원, 김홍규 사단법인 플라자프로젝트 이사장·아주대 미중 정책연구소장,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가 개 회사를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지금 세계는 칠흑 같은 밤 중 폭우 속에서 나침반 없이 행군하며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는 위험천만한 시기와도 같습니다. 국가의 주권, 생존권, 정체성을 스스로 확실히 지키려면 자강력의 배양과 국민통합을 기본전략으로 삼아야 할 때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으로 글로벌 안보정세 급변과 경제 불확실성 고조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스스로 자강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리아헤럴드는 13일 국회의사당 국회박물관에서 ‘2024년 미 대선 후 한미동맹: 서울의 관점에서’를 주제로 ‘코리아헤럴드 안보포럼 2024’를 개최했다. 코리아헤럴드와 국회 선진 외교를 위한 초당적 포럼과 국회사무처에 등록한 싱크탱크로 전문가들이 참가해 대한민국의 외교·안보·경제 전략을 구상 중인 사단법인 플라자프로젝트 공동주최로 열린 포럼에선 현 상황 진단은 물론 대한민국의 새로운 전략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천적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됐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 한미관계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먼저 “이제 한미동맹은 철통 같은 가치적 안보체제에서 조 바이든 정부의 경제안보체제로 이행돼 왔다”며 “트럼프 2기 정부는 모든 단계의 안보는 거래 대상의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정 이사장은 “다음 4년의 트럼프 2기 시대에는 좋던 싫던 간에 사물을 거래적 관점에서 파악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며 “가치적, 교조적 접근만으로는 트럼프 2기 파고를 넘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이어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 공산품의 국제 분업체계가 흔들리고 무역장벽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며 “따라서 또 한번 세계 공급망 위기가 촉발될 수도 있고 특히 한국의 주력산업 중 상당 부분에 있어서 미국과 협업체계 없이는 생존의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윤석열 정부는 트럼프 2기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한미동맹 공고화와 확장성을 추구하겠지만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 예측 가능성에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향후 한미외교의 최대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이사장은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 한국 외교안보의 목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억제되고 동아시아,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전쟁이 확산하지 않도록 미국 등 우방국들과 전략적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며 사태의 악화와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능동적이면서도 신중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역시 ‘트럼프의 귀환’을 주제로 한 특별연설에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이에 적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전 원장은 “백악관에 들어간 트럼프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지지자들에게 던진 이민과 중국 저가 공산품 반입을 막고 세계 경찰 노릇을 그만하겠다는 3가지 공약을 이행해나갈 것”이라며 “트럼프는 1기 때 준비되지 않은 채 백악관에 들어가는 바람에 허둥댄 것과 달리 정책도, 인사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안 됩니다’고 가르치려 드는 ‘어른들’도 없는 등 마를 추진할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또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 4년을 지내는 동안 변화의 폭과 깊이는 더해질 텐데 미국이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면 지금까지 그에 익숙해져 있던 많은 나라는 애를 먹을 것이고 한국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렇지만 피할 수 없으면 적응해야 한다. 전환기를 넘기는데 70년 한미동맹의 폭과 깊이가 힘이 돼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미 대선 후 한반도와 한미동맹’과 ‘경제·기술 안보: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1·2세션이 진행됐다.

최종문 전 외교부 2차관 사회로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와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 민태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정구연 강원대 교수가 토론에 참가한 1세션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가져올 외교안보 정책적 변화를 살펴보고 한국의 전략을 모색했다.

전 명예교수는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을 포함한 전통적 외교는 불량국가나 깡패국가와 대화를 좋아하지 않으며 대화 자체를 보상으로 생각하고 제재와 압박으로 변화시키려 한다”면서 “그런데 트럼프는 굉장히 독특한 접근법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이 ‘나야말로 위험한 인물과 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 성과를 위해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쉽게 나오지는 못하겠지만 제재해재, 경제지원, 국제적 위상 제고 등을 고려해 가격만 충문하면 김정은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명예교수는 “이 과정에서 미국이 우려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실험만 금지하고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듯한 합의가 만들어지면 한국으로선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이에 대해 우리 입장을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전략사업부문장 사회를 맡고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과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 백서인 한양대 교수, 이효영 국립외교원 교수 등이 토론에 나선 2세션에서는 트럼프의 등장이 한국 기업에게 있어서 기회일지 위기일지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김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큰 차이로 이기고 상하원 대다수를 차지하게 됐는데 어떻게 보면 이제 관료주의가 적어질 것 같다”며 “(트럼프의 귀환이 위기일지 기회일지는) 사실상 한국이 뭘 할지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나 바이든 행정부나 통상정책 관점에서 봤을 때는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취하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동맹국을 대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우리 기업에 좀 더 부담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결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이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이 보다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는 “최근 대선을 통해 미국은 다시 한번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선에 따라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외교적 지혜와 전략을 요구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플라자프로젝트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 역시 “최근 대선을 통해 미국은 다시 한번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이제 단순한 진영논리나 이분법적 사고를 넘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회 선진외교포럼 대표의원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트럼프 시대의 복잡한 국제정세 가운데서 대한민국에게 필요한 것은 한미동맹과 한미협력을 발전시키면서도 지나치게 대결적이 된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대표는 이날 포럼에 참석한 35개국 대사 및 대사관 관계자들을 향해 “각국 대사께서 국익을 위해 한국과, 또 각국 간 우호협력을 증진하고 경제협력을 도모하는 데 있어서 헤럴드미디어그룹이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헌신을 다해 함께 하겠다”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신대원·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