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2024년도 대표이사·사장단 인사 의미는

장재훈 부회장 임명, 4년만의 ‘완성차 부회장’ 체제

호세 무뇨스 대표이사 승진, 성 김 사장 합류 등

글로벌 시장 대응 위한 ‘글로벌 인재 강화’에 방점

현대차그룹, 안정 대신 변화 선택…‘트럼프 2기’ 본격 대비 나선다
장재훈(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부회장과 호세 무뇨스 신임 현대자동차 대표이사가 앞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밝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15일 단행한 2025년도 정기 인사 주요 특징은 지난 2021년 이후 공석이던 부회장 자리를 부활시키고, 외국인 CEO를 임명하는 등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점이다.

특히 계속되고 있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기)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한층 복잡해진 국제정세를 극복하겠다는 방침도 이번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앞서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발표한 인사를 통해서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을 완성차담당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그 자리에는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대권역장을 맡았던 호세 무뇨스 사장 내정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글로벌 경제안보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성 김 현대차 고문 역을 사장으로 영입하고, 기아 국내생산담당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최준영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는 우수한 성과 창출에 부합하는 성과주의 기조를 이어감과 동시에 미래 불확실성 증가에 대비해 내부 핵심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라면서 “성과·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그룹사 대표이사에 과감히 배치하는 등, 조직 내실 강화 및 미래 전환 가속화를 함께 고려한 점이 주요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현대차그룹, 안정 대신 변화 선택…‘트럼프 2기’ 본격 대비 나선다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부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신임 장재훈 부회장은 2025년1월 1일부로 공식적인 업무에 돌입하게 된다. 장 신임 부회장은 지난 2020년말 현대자동차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래, 지정학 리스크 확대, 제품·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팬데믹 등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하고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공격적인 사업전략 실행과 기민한 시장 대응, 다양한 수익성 개선 활동에서 실적을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수소 이니셔티브 주도, 인도 IPO 성공 등 현대자동차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토대 구축에도 공을 쌓았다. 지난 6월부터는 수소분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Council)의 공동의장으로 취임하면서 글로벌 수소산업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입장에서는 지난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의 노무를 맡아온 윤여철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새롭게 임명된 완성차 담당 부회장이다. 정의선 회장 중심으로 별도의 부회장 직책자가 없던 체제에서 변화를 선택했다. 장 신임 부회장의 내년도 취임으로 현대차그룹은 4년만에 완성차 담당 부회장이 활약하게 된다.

그만큼 장 신임 부회장의 임무는 막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 신임 부회장은 상품기획부터 공급망 관리, 제조·품질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을 관할하면서 완성차 사업 전반의 운영 최적화·사업 시너지 확보를 도모하게 된다.

장 신임 부회장을 보필할 신임 대표이사와 사장진들은 글로벌 안목을 갖춘 인재들로 포진하게 된다. 이들은 향후 전기차 캐즘 극복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에서 글로벌 최대의 자동차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할 방안을 고민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안정 대신 변화 선택…‘트럼프 2기’ 본격 대비 나선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동차 신임 대표이사. [현대차 제공]

우선 장 신임 부회장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받게 된 호세 무뇨스 신임 대표이사는 향후 글로벌 경영관리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브랜드로서 현대차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뇨스 신임 대표이사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최초로 임명하게 되는 외국인 CEO다. 그는 2019년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GCOO) 및 미주권역담당으로 합류한 이후 딜러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을 벌여왔고,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는 미주 권역을 비롯한 유럽, 인도, 아중동 등 해외 권역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보임됐다. 현대차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공헌한 인물로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성 김 사장의 합류도 주목할 만하다. 김 사장은 동아시아·한반도를 비롯한 국제 정세에 정통한 미국 외교 관료 출신의 최고 전문가로, 부시 행정부부터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핵심 요직을 맡아 왔다. 미국 국무부 은퇴 후 2024년 1월부터 현대차 고문 역으로 합류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 전략, 대외 네트워킹 등을 지원해 왔다.

앞서 CES2024에서 정의선 회장과 함께 참석해, 현대자동차그룹의 발표 내용에 대한 견해를 나누는 모습 등이 포착된 바 있고, 9월 국내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한미일경제대화에서도 그룹 최고경영진들과 함께 했다.

김 사장은 그룹 싱크탱크 역량 제고 및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띠게 된다. 김 사장은 우선 글로벌 대외협력, 국내외 정책 동향 분석 및 연구, 홍보·PR 등을 총괄하게 된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사장이 홍보와 PR업무를 맡게 되면서, 그룹의 홍보 총괄이 외국인으로 임명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 안정 대신 변화 선택…‘트럼프 2기’ 본격 대비 나선다
성김 현대자동차 신임 사장. [현대차 제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현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친환경 정책에 대한 제동을 예고한 상황에서, 김 사장은 미국 정관계 동향을 파악하고 현대차그룹의 앞으로 활로 모색을 도모하는 데도 적임자라는 평가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기아 국내생산담당 및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 최준영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기아 국내생산담당으로서 노사 관행 개선을 통해 우수한 생산성·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며 기아의 역대 최고 실적 달성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최 신임 사장은 오는 18일부로 승진한 직함을 부여받게 된다.

현대차그룹, 안정 대신 변화 선택…‘트럼프 2기’ 본격 대비 나선다
최준영 기아 신임 사장. [기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