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된 직무인가” vs “1년에 1번인데 못하나” 갑론을박

미담 넘어 공론장으로…“모두 공감할 범위 논의해야”

“콜택시냐”·“폼도 없다”…수능 수험표까지 수송하는 경찰들 불만 터져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가족이 경찰차를 타고 와 동생의 수험표를 가져다주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경찰이 순찰차로 수험생을 태워주고 수험표를 가져다주는 모습은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마다 등장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전날 치러진 수능에서도 ‘익숙한’ 장면이 반복되자, 경찰 내부에서 이를 두고 직무집행 범위를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수능 당일 전국에서 수험생을 154차례 경찰차로 실어 날랐고, 집에 놓고 온 수험표도 9번이나 찾아주는 등 187건의 편의를 제공했다.

이를 놓고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는 “수험생 호송이 이제 경찰 전통 업무냐”, “긴급신고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현직 경찰관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우리가 콜택시냐”, “돈도, 가오(폼)도, 자존심도 없다”라는 등의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다.

물론 반론도 있다. 1년에 한 번 치르는 시험인 만큼 충분히 시민을 위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규정된 경찰의 업무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나 범죄 예방 및 수사, 교통 단속 등이다.

경찰은 수능 당일 시험장 주변 교통 관리를 위해 교통경찰, 기동대, 지역경찰, 모범운전자 등 1만1343명을 투입했다.

전문가들은 단순 미담이나 일회성 이벤트 차원이 아닌 공론장에서 다뤄봐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할 만한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경찰관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유형의 일은 아니”라며 “경찰이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 편의라는 서비스 측면에서는 일부 타당성도 있기는 하다”며 경찰과 시민이 함께 공감할 업무 범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