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 평가 받은 지난해 수능 되풀이 가능성
국어·수학 영역 간, 탐구 간 난이도 차이도 주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의대 증원 결정으로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가장 많은 졸업생이 몰린 2025학년도 수능이 14일 시행됐다. 최상위권 변별력이 관건인 만큼, 입시업계에서는 올해 수능이 예년 ‘불수능’에 맞먹을 정도의 난이도를 갖췄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해 수능의 화두는 무엇보다 ‘의대 증원’이다. 올해 수능에는 전년도보다 1만8082명 많은 52만2670명이 지원했다. 특히 졸업생 응시 수는 16만1784명으로, 재학생 응시자(34만777명)의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졸업생 응시 수는 2004년(18만4317명) 이후 21년 만에 가장 많아졌다. 1년 전보다 약 4000명 이상 늘어난 의대 증원으로 인해 최상위권 N수생들이 대거 유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수능의 난이도 또한 최상위권 변별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은 오리무중인 상황이라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올해를 의대 입학 가능성이 높은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있는 만큼, 올해 출제 난이도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입시업계는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역대급 ‘불수능’으로 평가받았던 지난해 수능 못지않게 까다로운 수준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수능의 경우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국어·수학·영어영역이 모두 어려워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만점자도 단 1명에 불과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난해 수능이 워낙 변별력이 있었던 시험이라 작년보다 어렵게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지난해 수능 난이도 정도로만 출제한다면 변별력을 충분히 갖춘 시험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고 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또한 “변별력을 갖췄다고 평가되는 지난해 수능에 버금갈 정도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어·수학의 경우 상황에 따라서는 올해 6월 모의평가 수준에 준할 정도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영어의 경우 지난해 수준보다는 조금 쉬운 정도가 가장 적정하기는 하지만 영어도 쉽게 출제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올해 6월 모의평가의 경우 2022학년도 이후 치러진 모든 모의평가와 수능을 통틀어 가장 어려웠다는 평을 받는다. 절대 평가인 영어 영역마저도 9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이 1.47%에 그쳐 절대 평가 체제로 전환된 2018학년도 이후 최소일 정도였다.
다만 전반적으로 ‘불수능’에 가깝게 나왔다고 해도 영역별 난이도의 균형이 안 맞을 경우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영어 영역이 절대 평가로 바뀌며 변별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어·수학 영역이 관건인데, 이 둘 중 어느 한 영역의 난이도가 확연히 높거나 낮을 경우 난이도 조절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또 이과 학생들이 탐구 영역에서 1과목을 사회탐구 영역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과학 탐구영역 간 난이도 차이 또한 주목된다.
지난해 수능에서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이 빠지면서 변별력 확보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바 있다. 그런데 올해 같은 기조가 이어지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해야 하니 수험생이 문제나 선택지를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자칫 실수할 수 있는 ‘매력적인 오답’으로 변별력을 갖출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다. EBS 연계로 인해 지문 자체를 어렵게 줄 수 없기 때문에 5지 선다 보기를 어렵게 내는 방식으로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날 오전 수능 출제위원장인 최중철 동국대 교수는 ‘킬러문항’을 배제하고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은 이미 출제됐던 내용일지라도 문항의 형태, 발생, 접근 방식 등을 변화시켜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선택과목이 있는 영역에서는 과목별 난이도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출제해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