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올해로 15회를 맞이한 ‘202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은 깔끔한 연출과 함께 수상자의 품위와 격조를 갖춘 소감 또한 기억에 남는 게 많았다.
지난 3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최된 대중문화예술분야 최고 권위의 정부 포상인 ‘202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가장 큰 영예인 은관문화훈장에는 60여년 동안 연극, TV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에게 감동을 선사한 ▲배우 신구와 ▲배우 강부자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국민할배' 신구는 "정성을 다해 일한다는 것이 대중이 사랑하게 해준 이유라고 생각한다"면서 "늘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은 또 뭘하나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면 너무 편하다. 저는 연극밖에 할 줄 모른다. 쓰임새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좋은 동료와 후배가 있었기 때문에 상을 받을 수 있었다. 오늘 이 영광을 그분들과 함께 하고싶다"고 뜻깊은 소감을 밝혔다.
강부자는 "엊그제 집에서 TV를 보는데 띠자막으로 원로배우 신구, 강부자 은관문화훈장 받는다가 나왔다. 어? 내가 무슨 원로야. 신구는 원로 맞는데(신구 선생님 죄송해요), 나 백살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라면서 "60년간 여러분들이 사랑해줘 제가 여기 섰다. 먼훗날 후손, 후세들에게는 옛날옛날에 이런 배우가 있었다. 괜찮은 배우. 다시 한번 보고싶은 배우. 오래 회자되도록 남아있겠다. 그리고 '선재 업고 튀어' 연출로 상받은 윤종호 감독님, 이제 '부자 업고 튀어' 한번 만들어봐유"라고 말했다.
보관문화훈장은 여전히 대중문화예술 전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가수 김창완과 〈유머1번지〉, 〈가족오락관〉 〈우정의 무대? 〈불후의 명곡〉 등 수많은 가요·코미디 프로그램을 집필한 ▲작가 임기홍이 수훈했다.
〈아니 벌써〉가 수록된 산울림 1집이 1977년 발매됐으니 벌써 47년이 지났다. 한국가요 100대명반에 무려 2개나 선정된 산울림이기도 하다.
김창완은 "기쁩니다. 산울림 맏형이라 받은 것이다. 하늘나라에 있는 막내, 아직 노래를 만들어 많은 사랑을 받는 둘째 김창훈에게 감사하다. 마당 한구석 텃밭 같은 산울림을 50년이나 가꿔 아껴줘 울창한 숲을 만들어준 팬에게 감사하다. 늘 가까이서 노래하는 가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임기홍 작가는 1980년 데뷔해 지금까지 예능 작가로 활약해온,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작가다. 그의 훈장 수훈은 예능작가들이 K-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임기홍 작가는 "보잘 것 없는 절 추천하고 힘써준 방송작가협회 회원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간략하게 소감을 밝혔다. 수상 소감을 들으려고 하니 끝났다. 한 문장으로 수상소감을 말한 훈장서훈자는 처음이었다.
옥관문화훈장은 〈옛사랑〉, 〈소녀〉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 이문세, 화관문화훈장은 〈태조 왕건〉, 〈고려거란전쟁〉 등 역사극에서 명품 연기를 선보인 ▲배우 최수종이 각각 수훈자로 선정돼 시상대에 섰다.
한국형 팝발라드의 개척자 이문세는 "감사의 말을 전할 사람들은 많지만 그분들은 제가 얼마나 감사한지 다 알거에요. 그래서 노래 하나 하겠다"고 말한 후 '소녀'를 불렀다. "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속에 그대 외로워 울지만 나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 정부 훈장 받는 날 노래를 부른 것도 최초다. 무게를 잡고 수상소감을 말할 줄 알았는데, 또 다른 반전이었다.
최수종은 "하희라 씨가 1인 다역을 하며 힘을 준 게 이 자리에 올 수 있게 한 것 같다. 천국 가는 날까지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신구, 강부자, 박근형 선생님들 뵈니, 저는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저는 성실성 하나로 이 자리에 섰다. 그걸 잊지 않고 연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마침 MC를 보던 '현종' 김동준이 "(강감찬)장군, 축하하오"라고 말했다.
대통령 표창은 ▲기타리스트 김목경 ▲배우 염혜란 ▲배우 조정석 ▲뮤지컬배우 홍광호 ▲영화감독 김한민 ▲성우 김도현 ▲녹음예술가 이태경이 받았다. 국무총리 표창은 ▲배우 천우희 ▲배우 이제훈 ▲뮤지컬배우 최재림 ▲가수 장기하 ▲성우 김영진 ▲영화감독 장재현 ▲음악감독 김성수 ▲작곡가 켄지가 수상했다.
이외에도 올해 ‘밴드 붐’을 일으킨 ▲데이식스 ▲실리카겔 ▲잔나비를 비롯해 ▲배우 안은진 ▲배우 차은우 ▲배우 고민시 ▲희극인 윤성호 ▲배우 정호연 ▲감독 윤종호 등 10명(팀)은 문체부장관 표창 수훈의 영예를 안았다.
국무총리상을 받은 성우이자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위원장인 김영진은 "'도전골든벨'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라고 계속 말해왔는데 오늘은 제가 최후의 승자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체부장관상을 받은 천우희는 "반세기 동안 연기하신 선배님들, 멋있고 숭고하고 아름다우시다. 선배님, 저도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말했다.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강새벽 역을 맡아 배우로서 첫발을 내디뎠던 정호연은 ' 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을 수상한후 "제가 참 감사한 세대에 태어나서 정말 많은 감사한 일들을 겪고 있다. 제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많은 선배님들, 그리고 뒤에서 지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너무 감사하고, 존경하는 선배님들 뒤를 잘 걸어가고 싶습니다"라는 진심 어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사극 '연인'에서 좋은 연기력을 보여준 안은진은 "상을 받은 것도 감사한데, 하고싶은 연기하는 걸 많은 사람들이 봐주신다.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연기했으면 한다. 감사합니다"고 문체부장관상 수상 소감을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직무대행 유현석)이 주최한 ‘202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은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대중문화 예술인의 행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영상물 하나하나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그래서 감동이 전해지기도 했다.
시상식 사이 펼쳐진 뮤지컬 에어포트 베이비 앙상블의 뮤지컬 공연과 기타를 든 잔나비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엔딩 공연등 축하공연들도 완성도 높은 무대와 스토리텔링이 잘 결합됐으며, 여운까지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