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핵보유국 인정 제재 완화시 韓 재앙적 상황
韓, 자체 핵무장·G7 참여·원자력협정 등 옵션 준비해야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미국 대선 뚜껑이 열린 결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결론나면서 한반도 정세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략적 인내’를 내세운 조 바이든 행정부와 다른 대북정책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북미관계에서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맹을 중요시했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어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가치외교를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로서는 새로운 한미관계 설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게 됐다.
우선 북미관계는 이전과 다른 흐름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비롯해 세 차례 직접 대면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난 김정은을 잘 안다. 그는 터프하고 총명하며 자신이 만든 게임의 정상에 있다”, “김정은은 매우 똑똑하다. 그는 날 좋아했고 난 그와 잘 지냈다”고 하는 등 김 위원장과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호의를 드러낸 바 있다.
이성우 경기연구원 글로벌지역연구실장은 7일 “바이든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이어 전략적 인내를 내세웠는데 사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고 북한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전략적 무시와 고사였다”며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 재선을 고립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국면으로 가는 모멘텀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지금 미국 내에서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사실상 북핵을 인정하고 확산 저지와 동결 수준에서 미국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막자는 현실론적 접근이 강해지고 있다”며 “트럼프가 그 정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미국과 북한에게는 만족스럽겠지만 한국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한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한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김 위원장과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미 본토를 겨냥한 핵 위협을 제거하는 ‘스몰딜’에 나선다면 한국으로서는 재앙적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미국이 당면한 외교안보이슈가 산적한 만큼 북한과 대화는 후순위로 밀릴 수도 있다.
조 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문제 등 우선순위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며 “트럼프는 이제 재선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북미관계에 있어서도 성과를 내야했던 1기 때보다는 열정이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도 2025년을 목표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추진중이어서 당장 북미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앞서 북한은 지난 7월 미 대선을 앞두고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미국에서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우리는 개의치 않는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김 위원장과의 친분 과시에 대해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미관계에선 주한미군 철수 또는 축소와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요구, 전략자산 전개 비용 전가 등 압박이 예상되지만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실장은 “방위비분담금 재협상 등을 요구할 텐데 재정 부담은 다소 늘어나겠지만 우리가 부담을 늘리는 대신 군사적 자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2기 출범에 앞서 우리가 주요 7개국(G7) 참여라든가, 원자력협정 개정이라든가 다양한 옵션 리스트를 만들어 받아낼 것은 받아낼 준비를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트럼프는 재집권 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한미연합훈련 축소, 전략자산 전개 청구서를 한국에 내밀며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북핵 동결이나 부분 감축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재 완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트럼프의 재선은 한국의 자체 핵무장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