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벨트 꽉 잡은 트럼프…쉽게 무너진 민주당 ‘블루월’ [2024 美대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제74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뜬히 승리를 거두는 이변이 발생했다. 미국 남부 지역인 선벨트와 민주당 전통 지지세가 강한 ‘블루월’, 러스트벨트(쇠락 공업지역) 간 박빙 대결이 예상됐다. 하지만 개표가 시작되자 경쟁상대인 민주당 우세 지역도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 통신에 따르면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표 하루만인 미 동부시간으로 6일 오전 2시30분께 연설을 통해 승리를 선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맞붙었던 2020년 대선 때는 개표 5일 만에 승리 선언이 가능했던 것에 비춰보면 예상을 깨고 일찍 승기를 잡은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대선 승패를 좌우하는 7개 경합주들이 일제히 트럼프를 지지한 것이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선벨트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일찍이 승리를 거뒀다.

이어 최대 격전지로 분류됐던 펜실베이니아에서도 승리를 확정 지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실상 승리를 굳혔다.

미국 대선은 주별로 뽑힌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인 ‘매직넘버’을 확보하면 승리를 거두게 된다. 공화당이 사실상 텃밭에서 219명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들 3개주의 선거인단 합인 51명을 합치면 딱 270명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 동부 시간으로 새벽 5시30분에 블루월 지역으로 꼽히는 위스콘신주에서마저 승리를 확정지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승리를 선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캠프가 유리한 것으로 분석되던 미시간은 물론 남서부 애리조나, 네바다 등 나머지 경합주에서도 높은 득표율을 차지했다.

2020년 대선에서는 당 색깔이 빨간색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했다가 이후 사전투표 개표가 진행될수록 민주당으로 우위가 바뀌는 이른바 '붉은 신기루'(red mirage) 현상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했으나, 이번에는 이런 현상이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블루월 지역이자 러스트벨트인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지난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7개 경합주 가운데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한 나머지 6개주를 모두 가져갔지만, 해리스 부통령은 한 곳도 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에선 본투표 개표 때는 당 색깔이 빨간색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세했다가 이후 사전투표 개표가 진행될수록 민주당으로 우위가 바뀌는 이른바 '붉은 신기루'(red mirage) 현상이 나타났으나 이번에는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다.

유권자들의 표심이 트럼프로 쏠린 주요 원인으로는 '경제문제'가 지목된다.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은 '민주주의', '경제', '낙태', '이민'을 주요 선거 의제로 꼽았는데, 경제와 이민 문제가 해리스 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4년 전에 비해 본인의 경제 형편이 나빠졌다는 응답이 45%에 달해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물가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경제는 트럼프의 강점으로, 주식 시장이 호황이고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던 코로나19 이전의 임기가 (유권자들의) 뇌리에 있을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바이든 시절 치솟는 물가에 고통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흑인과 히스패닉 남성의 변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주와 조지아주에서 흑인 남성들로부터 20% 정도의 지지를 받았다.

4년 전 조지아에서 11%, 노스캐롤라이나에서 7%의 흑인 남성 표만 얻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상승한 것으로, 선거 승리에 흑인 남성들이 적지 않은 기여를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