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선거의 밤 파티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제47대 대통령 선거 당선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기간 동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해 여러 차례 개입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다시 입성할 경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준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 과정에 연준 업무에 대해 "발언할 권리가 내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여러 차례에 걸쳐 말해 연준의 독립성 침해 우려를 사왔다. 그는 8월 초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최소한 거기(연준)서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나는 많은 사례에서 내가 연준 사람들이나 의장보다 더 나은 직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재임 기간에도 내내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향해 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연준 정책에 불만을 제기한 적은 종종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연준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전례는 없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제롬 파월을 2017년 연준 의장으로 임명한 이후 지속해서 그가 정책 결정 시점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고 비판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금리 인상 캠페인 당시에도 소셜미디어에 연준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글을 자주 게시했다.

그는 지난달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재선되면 "그(파월)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될 경우" 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2026년 임기가 끝나는 그를 재임명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연준이 지난 9월 '빅컷'(0.50%포인트 금리인하)을 단행하자 '정치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연방 정부 활동의 최전선에서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조절하는 연준의 역할이 안정적으로 담보되기 위해서는 철저한 독립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정치권력이 통화정책에 관여하게 되면 선거 등을 앞두고 단기적인 경제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출 유인이 커지게 되고, 이는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없게 되면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도 위협받게 된다.

미국에서 정치권력이 연준에 금리를 낮추도록 압박한 사례는 1970년대까지 있었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아서 번스 전 의장에게 통화완화 정책을 펼칠 것을 압박했다는 게 백악관 테이프 녹취를 연구한 학자들의 결론이었다.

민주당 지지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 가지 답변은 베네수엘라 시나리오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는 무책임한 정부가 부채를 지불하기 위해 통화발행에 의존했으며 이는 초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