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경 아모레퍼시픽 연구소장
한국 화장품 기획력·혁신 경쟁력
기분까지 케어하는 제품 나올 것
“체험을 중시하는 세계 MZ세대의 특성이 K-뷰티의 진입장벽을 낮췄습니다. 여기에 코로나19 전후 이커머스가 활성화되면서 K-뷰티의 무대는 5대양 6대주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으로 확장됐습니다.”
심민경 아모레퍼시픽 R&I센터 메이크업연구소장은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2025 컨슈머포럼’에서 ‘Beautiful World 만드는 K-Beauty 혁신’을 주제로 청중과 만났다. 심 소장은 아모레퍼시픽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립·브로우케어 등 국소 스킨케어 제품을 개발한 전문가다.
그는 K-뷰티의 인기 요인으로 한류를 통한 한국 소비재 관심 증가, 코로나19 전후 이커머스의 활성화, 중국 외 시장 확대 등을 꼽았다. 심 소장은 “과거에는 관심이 있어도 소비할 접점이 없었는데 이제는 해외 고객들이 화장품을 살 길이 열렸다”며 “세계 뷰티 1등 시장인 미국에서 K-뷰티가 인정받으며 남미·캐나다·유럽 등으로 그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지난해 11조원을 넘으며 소비자 수출 품목 중 자동차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에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은 올해 6월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K-뷰티 컨퍼런스를 열고 대규모 뷰티셀러 모집에 나서기도 했다.
심 소장은 “일본에서도 지난해 2년 연속 수입화장품 국가 1위를 한 한국은 세계 4위 화장품 수출국의 위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인기를 실제로도 체감하는데 최근 저희 립 슬리핑 마스크 제품이 뉴욕 셰포라 매장에서 재고 부족을 겪는다는 소식이 들려와 대책회의를 진행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화장품 업계의 기획력과 빠른 혁신 속도를 K-뷰티의 경쟁력으로 강조했다. 글로벌 고객의 감성, 문화에 맞춰 진화와 변주를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의미다. 심 소장은 “한국인들은 잡채, 비빔밥과 같은 다양한 것을 조화롭게 만든 일명 K-DNA가 내재화돼 있다”면서 “혁신의 눈높이가 높기에 스마트한 편리성을 갖춘 뷰티 제품이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혁신 제품의 예로 아모레퍼시픽이 개발한 ‘립 슬리핑 마스크’를 제시했다. 립 슬리핑 마스크는 보습 효능이 높으면서도 수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제형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어 “마스크처럼 도톰하게 발려서 랩핑 느낌을 주지만 버터·크림의 제형이 되도록 만든 이 혁신이 ‘립케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성공시켰다”고 소개했다. 이 제품의 매출은 2015년 출시 첫해 80억원, 2017년엔 6배인 480억원을 기록한 후 현재 3초에 1개가 팔릴 정도로 ‘히어로 제품’이 됐다.
또 다른 사례로는 올해 2월 누적 판매 1000만개 판매를 돌파한 헤라의 블랙쿠션이 언급됐다. 심 소장은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이 제품은 파운데이션 카테고리에 ‘쿠션’이 포함되도록 한국 화장품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거리와 문화 차이로 시도하지 못했던 미국 시장의 문을 곧 본격적으로 두드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심 소장은 K-뷰티 돌풍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AI(인공지능)와 웰니스 트렌드가 반영된 제품 개발이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구원들만 해도 AI를 활용한 요약본으로 논문을 파악하면서 시간을 단축하고 연구 적중률을 높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피부를 넘어 기분까지 관리해 주는 뉴로(neuro) 코스메틱 제품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