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비 트렌드 : K-커머스의 미래

K-콘텐츠 열기 식품·뷰티로 확산

소비자·기업, 상호신뢰 구축해야

글로벌 한류 지속가능 해법 모색

“K-웨이브 열풍...혁신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2025 컨슈머포럼]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2025 컨슈머포럼’에서 윤수현 한국소비자원 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윤 원장은 “성공적인 기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품질과 안전한 제품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기업이 조화롭게 이익을 추구하는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지금,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혁신에 앞장서는 기업만이 미래에도 살아남을 것입니다.” (윤수현 한국소비자원 원장)

K-웨이브(wave) 열풍이 거세다. 드라마와 대중음악에서 시작된 K-콘텐츠의 열기가 식품, 뷰티, 패션 등 소비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불닭볶음면으로 대표되는 삼양식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품 기업이 국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성과를 보였다. 변방에 있던 한국 화장품도 유럽과 북미에서 위세를 떨치며 기존의 강자들을 위협하는 중이다. 최근 이탈리아의 한 유력 일간지는 ‘한국 화장품의 새로운 시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K-뷰티의 열풍을 소개하기도 했다.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2025 컨슈머포럼’은 ‘신소비 트렌드:K-커머스의 미래’라는 주제로, 글로벌 현상으로 확대된 한류의 현재를 조명하고, 지속가능한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미래의 유통전문가를 꿈꾸는 대학생을 비롯해 식음료·유통·뷰티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 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가 협업해 만든 ‘아파트’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가 2억 6000만명을 넘어섰다. 다른 채널까지 합치면 그 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K-콘텐츠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이어 “해외시장에서 의미 있는 약진으로 올해 유통업계의 성적도 우려보다 나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불확실한 세계 경제와 국내외 변수로 안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AI(인공지능) 기술로 촉발된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가운데 푸드테크는 유통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새로운 촉매가 됐다”고 말했다.

박범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축사에서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박 차관은 “냉동김밥, 떡볶이, 라면 등 K-푸드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올해 농식품 수출은 사상 처음 100억 달러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면서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식품 산업은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 차관은 또 “푸드테크는 식품 원료부터 가공, 유통, 소비까지 식품산업의 전·후방에서 최첨단 기술과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자금지원과 10대 핵심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강화, 전문인력 양성 등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 푸드테크 산업이 발전하도록 온 힘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윤수현 원장 역시 축사를 통해 “최근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 소비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디지털 경제로 전환, AI 등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 급변하는 소비트렌드,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공격적인 마케팅 등 우리 기업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공적인 기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최고의 품질과 안전한 제품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기업이 조화롭게 이익을 추구하는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했다.

“K-웨이브 열풍...혁신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2025 컨슈머포럼]
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헤럴드경제 2025 컨슈머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창훈 헤럴드경제 편집국장, 허준 쿠팡 전무, 이기원 서울대 교수(월드푸드테크협의회 회장), 이병훈 삼양식품 식품연구소장, 이영목 쿠팡 부사장, 안혜진 시티면세점 대표, 최진영 헤럴드미디어그룹 대표이사 사장, 윤수현 한국소비자원 원장, 최상인 동서식품 상무, 황종순 신세계 백화점부문 홍보담당 상무, 심민경 아모레퍼시픽 R&I센터 메이크업연구소장, 문경선 유로모니터 리서치 총괄연구원, 공재훈 신세계그룹 이사, 김형곤 헤럴드경제 마케팅본부장 상무. 이상섭 기자

이날 포럼은 ▷세계를 향한 진격의 K-웨이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K-뷰티 혁신 ▷K-스파이시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현지에서 바라본 K-웨이브 등 4가지 세션으로 진행됐다.

이기원 월드푸드테크협의회 회장(서울대 교수)은 기조연설 ‘개인맞춤: K-푸드테크의 미래’에서 개인화에 초점을 맞춘 푸드테크의 새로운 시대를 제시했다. 그는 “푸드테크는 가정식·외식·급식·유통·제조·그린바이오·팜테크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모든 소비자가 같은 음식을 먹던 시대를 지나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음식이 주문되고 배송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혜진 시티면세점 대표는 세계를 관통하는 소비 트렌드 변화에 주목했다. 안 대표는 “소비 트렌드는 단순한 상품 구매에서 벗어나 경험과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면서 “과거 유명 스타를 무조건 따라하는 맹종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찾아 주체적인 사고로 추종하는 ‘디토’ 소비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병훈 삼양식품 연구소장은 ‘불닭볶음면’의 출시 배경과 함께 K-스파이시(Spicy)가 어떻게 유럽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를 설명했다. 이 소장은 “해외에서는 전통적인 방법을 80%, 충격적인 요소를 20% 반영해야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진다”며 “관심을 끄는 매력이 없다면 기존에 있던 제품과 차별화를 줄 수 없다”고 발상의 전환을 강조했다.

심민경 아모레퍼시픽 R&I센터 메이크업연구소장은 “잡채나 비빔밥 같은 다양한 것을 조화롭게 만든 이른바 K-DNA가 한국인들의 경쟁력”이라며 “혁신의 눈높이가 높기에 스마트한 편리성을 갖춘 뷰티 제품을 출시하고, 세계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선 문경선 유로모니터 리서치 총괄연구원은 ‘지속가능한 K-웨이브’를 위한 전략으로 3단계 한류지수를 제시했다. 문 총괄연구원은 “K-웨이브가 이어지려면 정통성을 강조하는 것보다 현지인의 실제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세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한국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