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종오 SK하이닉스 부사장 ‘SK AI 서밋’서 밝혀

HBM3E 16단 내년 초 고객사 샘플 제공 예정

‘어드밴스드 MR-MUF’ 기술 6·7세대에도 활용

“하이브리드 본딩과 병행 평가해 양산 결정”

SK하이닉스 “HBM3E 16단 수율, 검증 단계서 12단과 ‘동등 수준’ 확인”
권종오 SK하이닉스 부사장이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업계 최고 용량 HBM 제품 구현을 위한 16단 HBM 패키징 기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현일 기자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SK하이닉스가 내년 초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할 예정인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6단 제품 검증 과정에서 현재 양산 중인 HBM3E 12단 제품과 동등한 수준의 수율(결함 없는 합격품 비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용량 HBM 수요 급증으로 HBM3E 시장의 무게중심이 8단(24GB)에서 12단(36GB) 제품으로 빠르게 이동한 가운데 향후 16단(48GB) 제품이 나오면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권종오 SK하이닉스 패키지 개발 담당(부사장)은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에서 “2025년 인증을 목표로 HBM3E 16단 제품 개발이 순항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SK AI 서밋’ 기조강연에서 HBM3E 16단 제품 개발을 세계 최초로 공식화했다. 내년 초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할 계획이다.

권종오 부사장은 이날 “HBM3E 16단 제품 검증 결과 HBM3E 12단과 동등한 수율을 확보했다”며 “(HBM3E 16단에 적용된) 어드밴스드 MR-MUF 방식은 단수가 올라간다고 수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4단이나 올리면서도 동등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개발한 3세대 HBM2E에 처음으로 MR-MUF 기술을 적용했다. MR-MUF는 칩과 칩 사이에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주입해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 대비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는 기존 MR-MUF 기술보다 한층 개선된 어드밴스드 MR-MUF 기술로 지난해 세계 최초 HBM3 12단 제품 개발 및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HBM3E 8단과 12단 제품 양산에도 순차적으로 나섰다.

권종오 부사장은 “어드밴스드 MR-MUF로 12단 양산에 성공하면서 그 이상의 16단, 20단까지 스택(적층) 이슈는 해결했다고 생각한다”며 어드밴스드 MR-MUF 방식을 6세대 HBM4과 7세대 HBM5에서도 계속 활용할 계획임을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4부터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 도입을 예고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을 범프 없이 직접 연결하는 기술이다.

이에 대해 권 부사장은 “저희도 필요하면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을) 적용할 수 있겠지만 16단과 20단에서 경쟁할 수 있는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갖고 있으니 두 기술의 경쟁을 통해 최종 어드밴티지를 평가하고 양산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HBM4 시장에서의 로드맵을 묻는 질문엔 “HBM4 16단은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고 시장 선도를 위해 빠르게 진입했다”면서 “용도에 따라 8단, 12단, 16단 시장은 계속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생각보다 덴시티(용량)가 빨리 올라가고 있다. 업계 예측보다 시장은 12단으로 빠르게 움직였다”며 “16단에서도 유사한 형태를 보여줄 것으로 판단하고 빨리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