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억에 250만원, ‘반전세 리츠’ 도입해 주거·부채 해결하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이 가계부채를 줄이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츠(REITs·부동산 투자회사)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간략하게 요약하면 보증금 1억원에 월 임차료 250만원을 내면 서울 내 33평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반전세 리츠 상품’이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나현주 한국은행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은 5일 한은과 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형 뉴(new) 리츠'를 발표하고 이같이 밝혔다.

주택 수요자가 자기 자본을 투자해 리츠 주주가 되는 동시에 임차인으로서 리츠가 소유한 주택에 거주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임차인이 리츠 지분을 보유하는 동안 배당을 받고 지분 매도 때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제도와 차이가 있다.

한국형 뉴 리츠는 빚을 내 집을 사는 대신 매매 가격보다 적은 돈으로 리츠 지분을 사들이고, 매달 일정 금액을 월세처럼 지급하면서 리츠 소유 주택에 장기 거주하는 방식이다. 서울 기준 1억원을 출자하고 월 250만원씩 내면 33평 주택에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이 리츠를 활용하면 가계가 주택담보대출 채무자에서 리츠 투자자로 전환되고, 자연스럽게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투자자는 리츠 지분에 따라 투자 기간 중 배당 수익을 받고, 지분을 매각할 때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출자금도 주식 매매로 비교적 쉽게 회수할 수 있다. 연구팀은 또 리츠를 통해 가계의 주거비 부담이 낮아지고 자산 형성의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했다.

양호한 입지와 거주 여건을 가진 지역에 시세보다 3~5%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인 주거 확보가 가능해지고, 건전한 부동산 간접 투자로 재분배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가계와 금융기관에 집중됐던 주택 가격 변동 리스크를 다수의 민간 투자자에게 분산할 수 있어 거시건전성 관리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기존 전월세로는 자산 축적이 불가능하다"며 "보증금을 활용해 리츠 주식에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사다리 모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