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열쇠 보관장소 미리 알고 침입
[헤럴드경제(여수)=박대성 기자] 전남 여수시 주택가에서 70대 여성을 살해한 용의자는 평소 알고 지내던 60대 어선 선원 A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남성은 평소 자신을 돌봐 준 가정집에 침입해 돈을 훔치려다 집주인인 70대 여성 B씨가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지르자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5일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일 밤 11시 14분께 신월동 한 주택가 가정집에 침입해 거실에 있던 7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15시간 만인 4일 낮 2시께 순천에서 체포됐다.
A씨는 B씨 살해 이후 여수를 떠나 순천버스터미널로 이동해 시외버스 편으로 고향인 경남 사천으로 도주하려다 그를 추적한 경찰에 터미널에서 붙잡혔다.
객지에서 살며 주민등록상 주소지만 홀로 여수에 둔 김씨는 고기잡이 선원 등으로 일하며 생활해 온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10년 넘게 숨진 70대 여성과 알고 지내며 밥도 종종 먹으며 가깝게 지내 왔던 사이로 조사됐다.
범죄 피해자는 타향에서 홀로 지내던 A씨를 알게 된 이후 김치를 담가주거나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등 친절과 정(情)을 베풀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원 A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하고 생활고에 시달리자 평소 B씨가 자택 거실에 현금을 보관하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 절도를 계획했다.
그는 이 돈을 훔쳐야겠다고 마음먹은 뒤 대문 근처에 집주인이 고정적으로 보관하던 열쇠를 찾아 내 심야시간대에 B씨 집에 몰래 침입했다.
범행 당시 A씨는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챙모자와 마스크, 장갑을 착용한 뒤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B씨 집 거실에 몰래 들어갔다.
그러나 집안으로 들어온 도둑을 목격한 B씨가 거실에서 놀라 소리를 지르자 A씨는 부엌에 놓인 흉기를 휘둘러 그를 살해했고, 소동에 놀라 안방에 자고 있던 딸이 일어나 어머니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유가족은 피의자 검거 소식에 "객지 사람을 따뜻하게 대접해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해 살인 또는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