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전날 트럼프 트레이드 주춤
주가 하락, 미 달러화·국채 약세
대선 불확실성에 7일에는 FOMC
美 금융시장 변동성 극대화 전망
미국 대통령 선거 전날인 4일(현지시간) 뉴욕 금융시장에서 주요 주가지수와 미 달러, 국채금리가 일제히 하락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상한 거래인 ‘트럼프 트레이드’에 열을 올렸던 월가는 대선 불확실성을 고려해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다. 선거 당일까지 우세한 후보가 없는 데다, 이틀 뒤인 7일 금리 결정이 이뤄지면서 금융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트레이드로 한동안 상승세였던 달러 인덱스와 국채 금리가 모두 안정세를 보였다. WSJ 달러 인덱스는 지난 2일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후 0.4% 하락했다.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블룸버그달러현물지수는 전날 0.78% 떨어진 데 이어 이날도 0.6% 하락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국채금리는 4.3090%로 전 거래일보다 0.02%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1760%로 직전 거래일보다 0.027% 하락했다.
최근 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대규모 국채 발행과 고율 관세를 시행할 것을 우려해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고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주말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다소 낮아지자 ‘트럼프 트레이드’가 일부 되돌진 것이다.
대선 막판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두 후보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베팅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서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은 지난주의 67%에서 58%로 떨어졌다. 반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확률은 33%에서 41%로 올랐다. 이날 다른 베팅사이트인 프리딧잇에서는 해리스의 당선 확률이 53%로, 트럼프 당선 확률 51%보다 높았다.
짐 레벤탈 세리티 파트너스 수석 전략가는 “시장은 지금 기다리고 있다. 누가 당선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결과를 그냥 기다릴 것이다”고 말했다. 모건 스탠리의 마이클 제자스 전략가는 “미국 선거는 엄청나게 중요하지만, 그 과정은 엄청나게 시끄러울 것 같다”며 “인내심과 계획을 갖고 소음을 헤쳐 나가야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증시도 대선 불확실성을 고려해 약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61% 하락한 4만1794.60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5712.69로 전장보다 0.28% 내렷고,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0.33% 떨어진 1만8179.98에 장을 마쳤다.
투심이 이처럼 관망세로 돌아선 이유는 대선 결과 발표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블룸버그는 “선거를 앞두고 경합주 여론조사가 이렇게까지 접전을 이룬 적이 없었다”며 “투자자들은 명확하고 결정적인 대선 승리 결과나 나오지 않으면 우편 투표 결과를 기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앤드류 스미스 델로스캐피털어드바이저스 수석 투자 전략가는 “선거 결과가 나온다고 증시에 바로 녹색 신호가 켜지는 것은 아니다”며 “지금 시장은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간신히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7일 열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회의(FOMC)도 변수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에 0.25%포인트 하향 조정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지난 대선보다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대선을 5일 앞두고 2020년 대선 당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가 40까지 치솟은 반면에 올해는 19.4로 예년과 비슷했다. 이날 VIX는 전장보다 0.46% 오른 21.98을 기록했다.
한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예상치 못한 시장 변수를 고려해 야간 근무를 늘릴 예정이다. JP모건은 시간 차 거래를 위해 유럽과 아시아에서 인력을 늘리고, 골드만삭스그룹도 수백 명의 영업 및 트레이딩 직원이 철야 근무를 준비하고 있다. 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