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 대비 신선도는 강점·비싼 가격은 단점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한반도 기후 온난화로 열대과일 재배지가 제주에서 내륙 남부지역으로 북상하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국산 열대과일은 수입산 대비 신선도가 뛰어나 고객 반응이 좋지만, 가격이 비싸고 생산량이 적어 판매를 대폭 확대하기에 아직 갈 길이 멀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이 잇달아 선보인 국산 열대과일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전북 고창에서 재배한 유기농 바나나를 점포별로 소량씩 선보여 2만7000여 팩을 판매했다.
이마트는 에콰도르산 바나나 한 송이(1㎏)를 현재 약 2000원에 할인 판매하지만 고창 유기농 바나나는 1팩(3~4개)당 약 6000원으로 훨씬 비싸다. 하지만 국산 유기농 바나나인 만큼 어린아이를 키우는 가족 단위 쇼핑객에게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바나나는 연중 27도의 아열대성 기후에서 자라 국내 기후와 맞지 않았지만, 최근 전북 고창에서 동일한 품질로 물량 안정성이 높아져 판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제주산 망고도 과일 선물 세트 등에 포함해 판매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8월 제주산 패션프루트(백향과)를 선보여 준비한 물량 3500팩을 모두 소진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수입산 패션프루트는 냉동인데 제주산 패션프루트는 신선한 생과로 판매해 인기가 좋았다”며 “내년에는 내륙 공급이 더 용이한 전남 지역에서 재배된 패션프루트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도 지난 7~8월 제주산 망고와 패션프루트, 용과를 판매해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 롯데마트는 국산 열대과일 생산 면적이 늘어나 고객의 과일 쇼핑 선택지 확대를 위해 국산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작년 기준 아열대과수를 재배하는 국내 농가는 4741호로 집계됐다. 재배지 2206㏊(헥타르·1㏊는 1만㎡)에서 생산된 아열대과수는 약 4만3000톤이다.
키위를 재배하는 농가가 2015호로 가장 많고, 무화과(1777), 석류(240), 망고(228), 비파(161), 패션프루트(136), 바나나(56), 파파야(48), 구아바(28), 용과(25), 올리브(15), 파인애플(12) 순으로 조사됐다.
국내 재배 농가가 많은 만큼 국산 열대과일 가운데 키위를 가장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뉴질랜드 키위 브랜드 제스프리는 2004년 서귀포시와 생산 업무 협약을 맺고 2007년 제주 골드키위의 국내 유통을 시작했다. 작년 기준 국산 키위 매출은 전체 키위 매출 가운데 20%가량을 차지했다.
열대과일 재배지는 내륙지역으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 바나나의 경우 제주도와 고창, 진주, 합천 등지에서 출하된다. 망고는 제주도와 전남 영광, 경남 통영·함안, 충남 부여에서 생산된다.
대형마트들은 기회가 되는대로 국산 열대과일을 판매하겠지만, 적극적으로 품목을 확대하기에는 ‘가격 장벽’이 높다고 본다. 한 마트 관계자는 “남부 지역이더라도 연중 아열대 기후가 아니기 때문에 열대과일을 생산하려면 시설 투자를 통한 하우스재배를 해야 한다”며 “하우스재배로 온·습도 관리가 가능하고 유통경로가 짧아 신선도가 담보되지만 가격 경쟁력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2일까지 과일 매출 순위 1~3위를 보면 이마트(사과·딸기·토마토)와 홈플러스(사과·토마토·딸기), 롯데마트(딸기·사과·바나나) 모두 국산 사과와 딸기 인기가 가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