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손가락으로 가슴 옆 겨드랑이를 세 번 콕콕 찔렀다. 해도해도 이건 너무 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에서 도를 넘은 성추행, 갑질 사태가 발생,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피해를 당했는데도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나노종합기술원에서 근무하는 선임행정원 B씨는 부서장 A씨를 대상으로 심각한 성추행과 갑질 등의 이유로 지난 18일 고충처리신청서를 제출했다.
피해자에 따르면 성추행은 이번이 한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2019년 12월 경영본부 송년회에서는 노래방에서 다른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중에 A씨는 B씨에게 브루스를 추자라고 하면서 B씨를 강제로 껴안고 키스를 했다고 한다.
이후 우연히 동석하게 된 지난해 8월 A씨는 저녁 회식이 끝나고 22시 45분부터 다음달 새벽 0시까지 B씨에게 무려 16차례 전화하고 ‘집 들어갔나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3회 보냈다.
같은해 11월 기관 2차 회식이 이어진 노래방에서 A씨는 B씨의 다리를 만지려고 하면서 손을 덥석 잡았고 이를 뿌리치자 재차 2번 다시 손을 잡았다고 한다.
특히 올해 1월 A씨가 부서장으로 부임한 이후 5월 8일 서울에서 진행된 행사를 마치고 진행된 회식 자리에서 A씨는 B씨 옆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다가 손가락으로 B씨의 오른쪽 가슴 곁 겨드랑이를 3회 쿡쿡 찌르기도 했다는 증언이다.
뿐만 아니라 A씨는 B씨에게 잦은 폭언과 모욕감을 주는 행위를 여러차례 했고 부서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지속적으로 자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성폭력,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행위로 인해 더 이상 근무가 불가능할 정도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B씨는 이 같은 내용의 고충처리신청서를 연구원에 접수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A씨와 B씨의 분리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공공기관의 경우 권익위 조항에 따라 갑질 및 성희롱 사건이 접수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공간에서 분리하거나 가해자의 보직을 정지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노종합기술원은 이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신고 접수가 된 지난주에도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28일 오후에나 피해자에게 1주일간의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진상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이 기관의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는 “가장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가져야할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 갑질, 괴롭힘이 발생하는 것 자체가 매우 우려스러운 사항”이라며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과 같은 사안은 중대한 범죄행위로 기관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감사하는 것은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직접 감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사법적 조치가 수반되어야 한다”면서 “일벌백계의 사례를 남겨 타 출연연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에 따르면 2021년 이후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성 관련 사건이 51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