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전쟁’(페이퍼 솔져) 저자 살레하 모신

오바마-트럼프 이행기 美 재무부 현장 취재

달러 지위 여전히 공고…민주주의 지속이 관건

美재무부 현장 취재한 모신 “달러에 대한 불만 많아도 대체할 통화는 없다”[인터뷰]
살레하 모신 미국 블룸버그통신 선임특파원.[본인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오바마에서 트럼프로 넘어가면서 미국의 경제 정책은 세계화를 주도하던 제국의 경로에서 벗어나 보호주의와 경제적 포퓰리즘을 주창하는 방향으로 큰 전환을 겪었다. 이 시기 미국 재무부 안에서 벌어진 일들을 직접 목격하고 보도한 뉴스는 세계사의 한 순간으로 남을만하다.

신간 ‘달러 전쟁’(원제: 페이퍼 솔저·Paper Soldiers)을 선보인 살레하 모신(사진) 블룸버그 선임특파원은 당시 미국 재무부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취재한 기자다. 그동안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다룬 서적은 많이 나왔지만 재무부의 막후를 다룬 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모신 작가는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2016년부터 재무부 기자로서 군용기와 에어포스 원을 이용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르헨티나, 영국 런던, 중국 청두 등 여러 주요 도시에서 열린 G20 및 G7 회의에 참석했고, 재무부의 관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내 나름의 레퍼런스(출처)를 완성해 갔다. 재무부의 통화정책이 미국인의 일상과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책은 오바마-트럼프 정부 이행기 뿐만 아니라 1944년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획득한 브레턴우즈 체제부터 시작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경제 제재 단행까지 시간을 훑어내려간다.

美재무부 현장 취재한 모신 “달러에 대한 불만 많아도 대체할 통화는 없다”[인터뷰]

책의 제목처럼 미국 정부는 달러의 가치를 자국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개입, 조정하는 등 전쟁과 같은 대응을 해왔다. ‘강달러’를 유지하면서 저렴하게 외국에서 물건을 수입해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북돋는 식이다. 반면 2016년 당선된 트럼프는 달러화 강세로 인해 미국 제조업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약달러’와 보호무역주의로의 전환을 부르짖었다.

이에 기축통화임에도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달러의 지위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반발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또한 1971년 이래로 달러가 더이상 금본위제에 연동되지 않아 어떻게 일정 수준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담보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 회의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모신은 “기축통화인 달러를 대체할 명확한 통화가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세계 경제는 달러가 뒷받침하는 미국 기반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엮여 있어 달러 외의 다른 통화를 준비 자산으로 전환하려면 수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큰 혼란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거래량, 외환 보유고 및 자본 시장 규모에서 명백한 2위인 유로 역시 달러에 비할 수 없다는 게 모신의 주장이다. 그는 “유로 자체는 불과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다 그 짧은 역사 속에서도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며 “특히 2011년에는 유로존 내 일부 국가의 거대한 부채가 유로존 전체를 위협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위안화가 언젠가는 달러를 대체할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서는 ‘시기상조’임을 밝혔다.

“베이징이 자국 통화의 국제적 사용을 촉진하고자 다양한 조치를 취했지만, 여러 면에서 정부에 제약이 있다. 규모 면에서 중국 경제는 여전히 미국 경제보다 4조 달러(한화 약 5455조원) 작고, 자본 시장은 상대적으로 더 작다. 특히 여타 국가와 기업들이 위안화를 큰 비중으로 보유하고 싶더라도 투자자들이 위안화를 담을 유동 자산, 즉 미국 재무부 채권과 유사한 자산이 충분하지 않다.”

중국의 정부 시스템도 단점으로 작용한다. 모신은 “중국은 국가 기관에 독립성이 없어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의 변덕에 휘둘릴 수 있다”며 “자금이 완전히 자유화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달러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중심에서 그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튼튼해야 한다”며 전제 조건을 언급했다.

한편 그는 이번 신간 출시를 계기로 한국 독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 달러의 영향을 받는데, 중국과 유럽과 같은 대국과 거대 경제 블록 입장에서의 이해관계만이 주로 소개되고 있다”며 “한국이 겪는 이해관계 역시 거대 경제 블록에 못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