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순찰을 하고 있어요. 조심히 지나갈게요.”
지난 10일 어둠이 이미 깊게 깔린 저녁 시간. 서울 양천구 소재 양천공원에 마실 나온 사람들 사이를 분주히 돌아다니는 로봇에서 안내 멘트가 끊임 없이 나온다.
용하게도 사람들이 곁을 지나갈 때쯤이면 빨간 불이 들어옴과 동시에 동작을 멈추고, 다시 움직이기를 반복한다. 덕분에 사람들은 걸음을 잠시 멈추고, 신기한 듯 로봇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순찰’과 ‘수거’를 주로 하는 로봇 ‘개미’는 그렇게 양천공원의 명물이 됐다.
개미는 자율주행로봇 전문 기업 로보티즈가 개발한 실·내외 로봇이다. 서울경제진흥원 ‘테스트베드 서울’로 선정돼 올해 실증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2018년 상용화가 시작된 개미는 경험치도 많이 쌓였다. 현재까지 1만㎞ 이상 자율주행을 경험했고, 배송 성공률은 99%에 달한다는 게 로보티즈의 설명이다.
로봇은 실내, 실외용으로 나뉜다. 로봇 팔이 장착된 실내 로봇은 물품 배송, 건물 관리, 안내 등 서비스를 도맡는다. 개미와 같은 실외 로봇은 딥러닝 인공지능(AI)를 기반으로 실외 택배, 음식 배송, 수거, 보안 등 역할을 담당한다.
개미의 경우에는 순찰과 쓰레기 수거 등에 특화됐다. 현재 서울 양천구 구내 양천·오목·파리공원 등 3개소에 각각 4대씩 투입됐다.
특히 개미의 순찰기능은 고도화된 관제기술 및 센터 운영 등을 기반으로 한다. 개미 몸체 전·후방에 달린 카메라로 순찰 시 녹화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개미가 학습하지 못 한 규정 범위 이외의 내용을 인식할 시 관제센터에 알린다.
개미의 경우 AI를 통해 웬만한 사물이나 장애물은 인식하는데, 개미가 인식하지 못 했다면 순찰이 필요한 상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심야시간에 공원에서 흡연 및 음주를 하던 청소년을 적발하기도 했다.
“살려 주세요” “도와주세요” 등과 같은 방범을 위한 다양한 멘트나 사이렌 등으로 상황을 주위에 알릴 수도 있다. 화재나 사고 발생 등에 맞춘 멘트를 설정하면 관련 내용도 나온다. “늦은 시간에도 안심하고 공원산책을 할 수 있겠다”고 사람들이 반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쓰레기도 수거한다. 공원 내 테이블 등 지정 장소에 부착된 QR코드를 이용하면 자리에 앉아서 개미를 부르기도 가능하다.
“재활용 수거로봇 개미입니다. 분리수거함에 맞게 재활용품을 버려주세요. 30초 뒤에 출발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등장한 개미는 왔던 대로 보행자들의 통행을 피해 멈췄다, 섰다를 반복하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로보티즈 관계자는 “개미를 이용하면 1차적으로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비전 카메라로 보이는 것 자체가 관제센터로 가기 때문에 24시간 감시도 가능하다”며 “현재 도심지, 캠퍼스, 공원, 아파트 등에서 순찰, 수거, 배달 등을 수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