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만든 시가전의 끝판왕 BMPT 터미네이터[오상현의 무기큐브]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BMPT는 러시아어의 전차지원전투차량 앞글자를 따온 이름입니다.

지난 1998년 개발을 시작해 2000년 T-72 전차를 기반으로 한 첫 모델이 공개됐습니다.

처음 발표된 모델은 30㎜ 2A42 주포 1문과 7.62㎜기관포 1개, 코넷 대전차미사일 발사관 4개와 30㎜유탄 발사기 2개로 무장했습니다.

그리고 2002년에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터미네이터의 모습을 한 첫 BMPT가 나왔습니다.

30㎜ 2A42 주포는 1문에서 2문으로 늘렸고 코넷 미사일 대신 아타카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달았죠.

이후 이 2대의 BMPT 프로토타입은 약 1만㎞의 주행테스트와 수천발의 무장발사시험을 마치고 2006년 공식적으로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제원부터 살펴보죠. 길이 7.2m, 높이 3.44m, 폭 3.8m, 중량 48t으로 승무원 5명이 탑승하고 최고속도는 시속 60㎞, 최대 550㎞를 주행할 수 있습니다.

무장은 앞서 언급했듯이 30㎜ 주포 2문에서 900여발을 쏠 수 있고 아카타 미사일 4발을 탑재합니다.

2대의 30㎜ 유탄발사기는 600발의 탄을 장착하고 있고 7.62㎜기관총은 2000발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주포는 –5~+45도까지 움직일 수 있어 건물과 적 장갑차는 물론 일부 대공화기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사거리는 탄종에 따라 2.5㎞~4㎞입니다.

전차를 상대하는 대전차 무기는 최대 6㎞까지 발사할 수 있고 밀집된 인원을 대량 살상할 수 있는 유탄발사기는 최대 1.7㎞까지 날아가며 살상반경은 7m로 정말 막강한 화력을 자랑합니다.

현대화된 사격통제시스템은 물론 포수 조준경은 열화상과 광학, 대전차 유도미사일 유도용 레이저 빔 채널이 달려있고 지휘관용 파노라마 조준경은 360도의 시야각을 갖습니다.

방호력은 T-72나 T-90계열의 차체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차의 방호능력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연막탄도 발사할 수 있고 반응장갑으로 무장한 차체는 당연히 화생방 보호기능도 제공합니다.

러시아가 만든 시가전의 끝판왕 BMPT 터미네이터[오상현의 무기큐브]

도대체 러시아는 어떤 일을 겪어서 전차를 지원하는 전투차량에 이토록 무지막지한 화력을 몰아넣은 걸까요?

사실 러시아 입장에서는 1979년부터 무려 10년 동안 총력을 다하고도 이기지 못한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잊을 수 없습니다.

여러 전쟁범죄와 전술적 교훈이 있지만 기갑전력에 대한 부분만 놓고 보면 이렇습니다.

당시 소련군은 주력전차와 보병전투차량이라는 강력한 편제와 장비를 갖춘 기갑전력을 운용했습니다.

하지만 10년 동안 전투를 치르면서 돌이켜보니 보병전투차량은 화기의 운용 범위는 넓었지만 화력이 약했고 차량의 방호력도 약했습니다.

또 주력전차는 대전차화기 등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포탑을 작게 만들었고 때문에 주포의 상하 각도가 극히 제한적이었죠.

이런 특성은 산악이나 시가전 등 가깝고 높은 곳에서 내리꽂는 대전차화기 공격에 오히려 더 취약했습니다.

이런 교훈을 반영해 당시 소련은 새로운 개념의 기갑전력을 설계했습니다.

러시아가 만든 시가전의 끝판왕 BMPT 터미네이터[오상현의 무기큐브]

강력한 화력과 주포의 높은 상승각도, 주력전차와 동등한 보호기능을 갖춘 차량을 갖춘 Object 781, Object 782, Object 787 등 3개의 모델을 마련했었죠.

하지만 이 모델들이 현실화되기 전에 소련은 붕괴됐습니다.

1994년 12월 11일 러시아는 소련 붕괴 이후 처음으로 체첸을 점령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러시아군은 인구 120만의 체첸을 상대로 20일이면 작전을 종료할 수 있다고 자신했죠.

러시아의 호언장담은 이뤄지는 듯 했습니다. 불과 20일 만에 공군력으로 체첸을 초토화시킨 러시아군은 12월 30일 육군 전력을 체첸의 수도로 진입시키죠.

바로 이때부터 러시아군은 꿈에서도 생각하지 못했던 현실을 겪게 됩니다.

특히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에 진입했던 제131기계화여단의 모습은 참담했습니다.

전차 26대 중 20대, 장갑차 120대 중 102대, 대공장갑차 6대가 완파당하고 병력 1500여명이 죽고 78명이 생포됐으며 여단장 사빈 대령 역시 이 전투에서 전사했습니다.

러시아가 만든 시가전의 끝판왕 BMPT 터미네이터[오상현의 무기큐브]

러시아 1개 여단을 전멸시킨 체첸군의 전략은 시가지 게릴라전이었습니다.

건물 1~2층의 창문을 모두 막고 총구만 내놓을 수 있도록 진지를 만들었고 건물 주변 곳곳에 대전차지뢰를 매설해놨습니다.

여전히 주포의 각도를 높일 수 없었던 주력전차의 화포는 건물 위에서 쏘는 대전차화기를 막을 수 없었고 대전차지뢰로 선두차량이 멈춘 기계화부대는 체첸군이 마련한 화망에 걸려들어 말 그대로 괴멸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끔찍한 경험을 했던 러시아군의 전차지원전투차량의 요구조건은 “강력한 화력, 강력한 방어력” 딱 2개였습니다.

이렇게 간절한 요구에 의해 탄생한 터미네이터를 두고 당시 러시아 국방부 관계자는 “강력한 중강갑과 화력으로 무장한 BMPT 계열 전투 차량의 전투능력은 터미네이터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며 “BMPT계열 전투 차량의 도입으로 러시아 기계화부대의 전투능력은 30% 이상 강화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터미네이터를 생산한 업체인 우랄바곤자보드 관계자는 “전장에서 BMPT는 보병전투차량 6대와 군인 40명에 해당 한다”며 “소형 선박과 저공비행 헬리콥터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죠.

러시아가 만든 시가전의 끝판왕 BMPT 터미네이터[오상현의 무기큐브]

하지만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국방부는 BMPT를 바로 전력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장 먼저 주문을 한 나라는 2010년 카자흐스탄이었습니다. 물론 비교적 낮은 수준의 사격통제장치와 감시 장비 등으로 다운그레이드 시킨 장비를 수출하기는 했지만 말이죠.

이후에도 알제리가 2016년 300대 물량의 터미네이터 계약을 체결했고 2018년부터 인도가 시작됐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13대 정도밖에 납품되지 않았지만 수출이 먼저 된 겁니다.

러시아 정부가 첫 계약을 한 시기는 2017년입니다. 시리아에서 IS와의 실전에 투입된 이후 전투능력이 검증됐다고 판단한 러시아는 그제야 계약을 맺었고 2018년 5월 5일 전력화됐습니다.

러시아군의 터미네이터 운용 개념은 시가전에서 BMPT 2대가 주력전차 1대를 엄호하고 그 외의 지역에서는 주력전차 2대에 BMPT 1대를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러시아가 만든 시가전의 끝판왕 BMPT 터미네이터[오상현의 무기큐브]

그리고 이런 터미네이터를 가장 최근에 목격한 곳은 아직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지역이었습니다.

2022년 5월 말 루한스크 주 리시찬스크를 공격하는 러시아 전차와 함께 2대의 BMPT가 목격됐는데 러시아 기계화부대가 언덕에 자리 잡고 고속도로를 포격하기 시작했지만 이내 우크라이나의 포격으로 후퇴했습니다.

또 2023년 2월 9일, 역시 루한스크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 포병에 의해 BMPT가 파괴되기도 했습니다.

같은 해 8월과 9월에는 도네츠크주 인근에서 우크라이나군 드론에 의해 BMPT가 파괴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공들여서 만들었는데 러시아군이 마주한 전장환경은 180도 달라졌기 때문이었을까요?

정말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만든 종말자 ‘터미네이터’가 시대를 잘못 타고 나온 듯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 무기 어디에 어떻게 쓰면 좋을까요? 여러분의 의견 댓글로 남겨주세요~

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김성근, 우원희, 박정은, 김정률 / CG 임예진, 이윤지 / 제작책임 김율 / 운영책임 홍승완

압도적 무장으로 시가전 최강이라 불리는 장갑차 BMPT 터미네이터는 어떤 무기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