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15년 內 1만5000파운드급 엔진 기술 확보”
내열소재 개발, 감항인증·시험평가 인프라 확보 주력
무인기 엔진기술, 국가안보 위해 반드시 국산화해야
코어엔진으로 다양한 개조개량…과감한 R&D투자 필요
항공 엔진의 최종 목표는 유인항공기용 엔진 개발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지난해 2월 부산 벡스코에서는 국내 최대규모 드론 종합전시회인 ‘2023 드론쇼 코리아’가 열렸습니다.
2016년 처음 시작해 7회째를 맞았던 지난해 전시회에는 172개사가 참여해 625개 부스에서 국내 드론 관련 기술을 확인하고 발전방향을 조망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프로파일럿은 국산 무인기용 엔진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방위사업청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방사청 “15년 內 1만5000파운드급 엔진 기술 확보”
조용진 방사청 기술정책과장은 “방사청에서 개발하고 있거나 개발을 계획하는 무인기용 엔진은 작은 항공기나 무인 항공기에 들어가는 자동차 엔진을 개량한 왕복엔진과 가스를 태워서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동력을 작동시키는 터보프롭, 터보펜 엔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국내 무인기 엔진 개발은 지난 2013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5500lbf급 엔진을 완전 독자개발하고 있다”며 “목표 국산화율을 85%이상으로 하고 대부분의 소재와 구성품 등을 국산화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2019년부터 1만lbf급 엔진 개발을 시작했다”며 “현재는 이에 맞는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온도에 따른 변화 특성 등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무인기 엔진의 용도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조 과장은 “무인기 소요는 군에서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왕복엔진은 군단급 무인기를 개량한 형태의 무인기에 적용하려고 개발하고 있다”며 “예를 들면 전자전 무인기가 될 수도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가스터빈 엔진은 고고도 무인정찰기나 스텔스형 무인정찰기, 무인 편대기처럼 전투기를 보조해주는 무인기를 염두하고 기술을 확보하려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알려진 무인기 엔진 개발계획은 5500lbf급이나 1만lbf급처럼 추력이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유인기 엔진과 바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형전투기 KF-21에 탑재하는 엔진인 F414-GE-400은 2만2000lbf급입니다.
방사청도 이런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조 과장은 “우리나라 기술수준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15년 안에 개발하고자하는 목표 추력은 1만5000lbf급이고 후기 연소기를 장착했을 때 2만2000lbf급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무인 편대기를 개발할 때 기동성이나 무장장착능력을 고려했을 때 도출된 결론”이라는 겁니다.
그는 “1만5000lbf급 엔진 기술을 확보하면 그 다음 단계인 6세대 전투기에 들어가는 엔진도 우리가 독자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면서 “추력에 따라 한 급이 끝나고 다음 것을 시작하면 좋겠지만 기술을 따라가는 입장에서는 일부 개발기간이 겹치더라도 병렬적으로 기술개발을 준비하고 있다”며 “2022년부터 1만5000lbf급 엔진 개발 계획을 수립했고 2023년에는 조금 더 정교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열소재 개발, 감항인증·시험평가 인프라 확보 주력
엔진의 추력을 높이려면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내열합금소재와 냉각기술 개발이 필수입니다.
물론 방사청도 이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술을 하루아침에 확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료연구원이나 기계연구원, 항공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고 ADD에서도 내열소재를 확보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는 티타늄 소재에서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복합형 구조까지는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더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새로운 합금을 개발해야하는 것이 우리가 기술적으로 극복해야할 과제”라고 털어놨습니다.
또 “엔진을 개발할 때는 비행안정성 인증 즉, 감항인증을 받아야하는데 이 감항인증 역량과 경험들을 어떻게 쌓고 인프라는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라며 “결론적으로 내열소재와 공정기술, 감항인증과 시험평가 인프라 확보를 가장 중점에 두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인기 엔진기술, 국가안보 위해 반드시 국산화해야
말을 듣다보니 어려운 과제, 극복해야할 과제가 이렇게 많은데 굳이 이 과정을 극복해가며 엔진을 국산화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의 엔진 국산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우선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필수적으로 확보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조 과장은 “무인기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이나 구성품은 강화된 국제적 통제를 적용받는다”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MTCR”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사일기술통제체제인 MTCR은 미사일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1987년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서방 7개국이 설립한 다자간 협의체를 말합니다.
MTCR은 사거리 300㎞ 이상, 탄두중량 500㎏ 이상의 미사일 완제품과 무인비행체, 이와 관계된 부품, 기술 등에 대한 외국 수출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때문에 장기간이나 고고도를 비행할 수 있는 무인기의 경우 엔진을 우리가 원할 때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국가안보적 차원, 긴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무인기 엔진 기술을 확보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코어엔진으로 다양한 개조개량…과감한 R&D투자 필요
두 번째는 산업적인 경쟁력 확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내수산업 쪽을 먼저 설명했는데요. 조 과장은 “엔진기술을 우리가 갖고 있으면 우리 항공기 특성에 맞춰 개조개량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추력을 조정한다던가 후기 연소기를 단다던가, 또는 공기 유량을 조정하는 형태로 다양한 엔진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GE나 P&W사를 보면 하나의 기본이 된는 엔진을 갖고 민항기와 수송기 엔진부터 고출력을 요구하는 폭격기용 엔진까지 다양하게 개발한다”며 “나아가 함정용, 발전용, 민간용 등 코어엔진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생개발을 한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국제적인 경쟁력 측면도 고려했습니다. 그는 “우리나라가 항공 엔진을 독자개발하면 개발 과정에 참여한 업체는 주요 항공 엔진 업체들에게 아주 중요한 개발협력사가 된다”며 “전략적 제휴사(Risk Sharing Partner)가 되면항공 엔진 시장 규모에서 3%만 더 확보해도 연간 약 50억달러에 해당하는 매출을 더 울릴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국가 R&D는 도전 가능한 기술이나 선진국을 빨리 추적하는 것에 중점을 뒀는데 이제는 도전적이고 과감한 R&D투자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항공 엔진 개발의 파급효과가 워낙 크고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기술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항공 엔진의 최종 목표는 유인항공기용 엔진 개발
조용진 과장은 “결국 항공 엔진의 최종 목표는 유인항공기용 엔진 개발”이라며 “무인 항공기용 엔진에서 충분히 신뢰성이 확보되면 차기 경전투기나 차기 한국형 전투기에는 우리나라가 개발한 항공기 엔진이 쓰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한다며 “조금 더 빨리 개발한다면 KF-21 운용유지용 엔진 정도도 우리 한국 엔진을 썼으면 좋겠다는게 기술정책과장으로서의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거의 1년 전 인터뷰를 다시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꼼꼼하게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나가는 방사청과 열정적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수많은 엔지니어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그런데 정말 응원만으로 엔진을 만들 수 있을까요?
프로파일럿=기자 신대원 / PD 우원희, 박정은, 김정률 / 디자인·CG 이윤지 / 제작책임 민상식 / 운영책임 홍승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