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인 잡는 닌자로 변신한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오상현의 무기큐브]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지난 2022년 7월 31일 오전 6시 18분. 아프가니스탄 카불의 한 단독주택으로 미사일 2발이 날아갔습니다.

미군의 리퍼 드론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평소 발코니에 나와 주변 둘러보는 것을 좋아하던 한 사람을 정확하게 암살했습니다.

미국의 표적이 됐던 이 인물은 미국 9·11 테러의 기획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였습니다.

미국 시간 8월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알 자와히리를 공격한 지 36시간이 지나서 백악관에서 TV로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의가 실현됐다”며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어디에 숨어 있든 우리 국민에게 위협이 된다면 미국은 당신을 찾아 제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성공한 작전을 36시간이 지나서 발표한 이유에 대해 가디언지는 미국이 그동안 요인암살을 하면서 많은 민간인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공격으로 그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알 자와히리를 대상으로 한 공격에서는 다른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미군은 알 자와히리의 친척이 그 집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가는 것을 확인했죠.

바로 AGM-114R-9X, 일명 닌자 미사일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요인 잡는 닌자로 변신한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오상현의 무기큐브]

헬파이어 미사일의 개량형인 닌자 미사일에는 폭발을 일으키는 고폭탄 대신 45㎏의 쇳덩어리가 들어 있습니다.

이 쇳덩어리는 목표물 근처에서 6개의 칼날을 펼쳐서 날아가는 궤적에 있는 콘크리트와 철판 등을 뚫고 지나가 표적을 베어버립니다.

미사일이 폭발하지 않아 원하는 목표물을 제외한 부수적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무리한 군사작전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이라는 국제적 비난을 줄일 수 있었던 겁니다.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은 원래 헬기에 탑재해 사용하던 대전차 미사일 TOW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대전차 미사일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TOW는 미사일을 발사한 뒤 미사일에 연결되어 있는 긴 줄로 목표물에 맞을 때까지 이동하지도 못하고 조종해서 맞춰야하는 유선조종방식의 미사일입니다.

때문에 사거리도 짧고 미사일을 쏜 뒤 숨을 수도 없어서 생존성에도 큰 한계가 있었죠.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미 육군은 1974년 헬리콥터에서 발사해 레이저 유도방식으로 적을 추적하고 발사후 망각 방식으로 작동하는 미사일 개발을 시작했죠.

헬파이어라는 이름도 이(Heliborne laser, fire-and-forget missile) 이름의 영문 앞글자를 따 구어체로 읽다가 굳어진 이름입니다.

1960년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소련의 군사적 팽창을 막기 위해 서독 동부 국경지대의 방어망을 구축했습니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바르샤바조약기구는 이를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죠.

NATO군의 동진을 막기 위해 소련은 막강한 화력과 기동력을 앞세운 강력한 기갑전력을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미군이 보유하던 대전차무기로는 격파할 수 없는 소련의 전차가 만들어진다는 첩보에 미국은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육군에서는 헬기 기반의 대전차 미사일로 소련의 기계화전력을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그래서 탄생한 미사일이 바로 헬파이어였던 겁니다.

요인 잡는 닌자로 변신한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오상현의 무기큐브]

헬파이어 미사일의 개발 과정이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와이어를 없애고 미사일을 유도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죠.

1970년대 중반만 해도 레이저의 활용이 지금처럼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던 때입니다.

때문에 사업을 추진하던 육군은 적외선방식의 종말호밍유도 방식을 적용할 생각도 했죠.

레이저 호밍유도 방식은 표적을 지정해주고 탐색해서 따라가는 탑색기의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였습니다.

결국 1977년 저가 레이저 시커의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 문제는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레어저 유도방식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완벽한 발사 후 망각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했습니다. 누군가는 계속 표적을 표시해줘야 했거든요. 지상에서든 공중에서든 말이죠.

여기서 잠깐 용어를 정리해볼까요.

앞서 말씀드린 호밍유도란 미사일에 장착된 탐색기(Seeker)가 직접 표적을 찾는 신호를 발생시키는 능동 방싱, 표적에서 발생한 신호나 반사파를 포착하는 수동방식, 미사일과 표적 외의 별도의 장치가 표적에 조사한 신호를 추적하는 반능동방식으로 미사일이 움직이는 것을 말합니다.

초기 헬파이어 미사일은 바로 반능동 레이저 호밍유도방식을 택한 겁니다.

1978년 첫 시험발사를 했고 1982년 3월 양산을 결정했죠.

그리고 1982년 6월부터는 육군의 각종 차량과 장갑차에 레이저표적지시기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육군의 항공과 기계화부대간의 협동작전이 가능한 환경을 구축한 것이죠.

이듬해부터는 본격적인 전투실험이 진행됐습니다. 1983년에는 노르웨이에서 NATO군과의 상호호환성 평가를 실시했고 1984년에는 아파치 헬기가 쏜 헬파이어를 카이오와가 유도하면서 표적에 명중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1984년 유럽, 1985년 우리나라에 보급한 뒤 1986년 4월 아파치 공격헬기에 헬파이어 미사일이 전력화됐습니다.

요인 잡는 닌자로 변신한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오상현의 무기큐브]

AGM-114 헬파이어는 163~180㎝ 길이에 무게 45㎏ 짜리 미사일입니다. 마하 1.3의 속도로 8㎞ 까지 날아가죠.

미사일은 5개의 부분으로 나뉩니다. 맨 앞쪽에는 시커, 즉 탐색기가 있고 바로 뒤에 탄두부가 있습니다.

탐색기 부분은 199년대 중반부터 생산된 헬파이어 롱보우에서 밀리미터파를 이용한 레이더 탐색기로 개선되면서 진정한 발사 후 망각방식을 구현하고 악천후나 전장에 장애물이 있을 때도 유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롱보우 버전은 사전에 비행궤적과 폭파 시점 등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헬파이어 미사일 중 가장 많은 개량과 파생을 일으킨 부분이 바로 이 탄두부입니다.

초기모델에는 탄두부에 8㎏의 성형탄을 넣었고 이후 폭발 반응장갑을 관통하기 위해 탠덤형 탄약을 넣어 앞쪽에서 먼저 반응장갑을 폭파시키고 그 뒤에 있는 또 다른 탄약이 장갑 안쪽으로 뚫고 들어가 내부에서 폭발하도록 개량했습니다.

또 다른 작전 목적에 따라 소이탄을 쓰거나 열압력탄, 다기능탄두를 사용해 파괴력을 줄이는 탄도 적용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처음 살펴봤던 AGM-114R-9X 처럼 폭발물 대신 칼날을 집어넣기도 했죠.

요인 잡는 닌자로 변신한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오상현의 무기큐브]

탄두부 뒤에는 유도부가 있습니다. 요와 롤, 피치 자이로가 있고 자동항법장치를 부착한 구조입니다.

추진부에는 고체연료 로켓모터를 사용했고 제어부는 4개의 날개 뒤에 달린 조종핀을 통제해 비행궤적을 그립니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헬파이어 미사일은 다양한 플랫폼에서 운용하면서 그 가치를 더욱 높였습니다.

AH-64 아파치 헬기는 물론 OH-58 카이오와, AH-1Z 바이퍼, MH-60계열의 시호크에서도 쓰이고 유로콥터 타이거도 사용합니다.

고정익은 미 해병대에서 운용하는 KC-130J 하베스트호크와 AC-130W 건쉽 등 프롭기는 물론 MQ-1 프레데터와 MQ-1C 그레이이글, MQ-9 리퍼 등 무인기에서도 사용합니다.

또 프리덤급이나 인디펜던스급 연안전투함과 이스라엘 해군의 슈퍼 드보라 순찰선도 헬파이어를 채용했죠.

헬파이어 미사일이 이렇게 많은 플랫폼에서 사용되고 또 임무에 따라 다양한 개량과 파생형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실전에서의 활약과 교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991년 걸프전의 시작을 알렸던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이라크군의 방공기지와 레이더기지를 격파하며 그 유명한 공중회랑을 열어줬던 미사일이 바로 헬파이어 미사일입니다.

이후 걸프전에서는 약 3000발이 넘는 헬파이어가 아파치에서 발사됐고 아파치 편대가 헬파이어 미사일로 적 전차 50대를 격파하는 기록도 세웠습니다.

헬파이어 운용경험이 적었던 초기에는 79%의 명중률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 손에 익으면서 미 육군이 처음 목표했던 90%라는 명중률을 손쉽게 달성했죠.

요인 잡는 닌자로 변신한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오상현의 무기큐브]

다양한 플랫폼과의 결합 중 최고의 백미는 무인기와의 결합입니다.

2000년 들어 미 공군이 무인기에 무장을 결합할 결심을 했지만 그동안 공군에서 쓰던 무기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새로운 무장을 개발해야하나 하고 고민하던 프레데터 개발팀에 마침 헬파이어가 눈에 들어왔고, 때마침 빈라덴을 추적해 암살하고자 했던 CIA는 돈을 대주겠다고 하니 미 공군은 이를 승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겁니다.

전면전과 대테러전, 요인암살까지 다양한 쓸모가 있는 미사일은 미국과 영국,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32개국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뭔가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하는데 마땅한 무기가 없다고? 그럼 헬파이어를 써봐~를 외치며 변신을 거듭한 헬파이어!!

다음엔 어떤 임무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의견 댓글로 남겨주세요~

프로파일럿= 기자 오상현 / PD 우원희, 박정은, 김정률, 김성근 / CG 이윤지, 임예진 / 제작책임 김율 / 운영책임 홍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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