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핵심 키워드 ‘당 내 통합 및 외연 확장’
李, 文향한 檢수사에 “이해 안 가는 정치탄압”
예방후엔 “평산서 시위 아무런 도움 되지 않아”
외연 확장에도 방점…文도 “재집권 준비” 당부
금투세 등 선제적 언급도 확장 행보 일환 해석
이상돈·김종인 등 만나 현안 청취…보폭넓히기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키워드는 ‘당내 통합 및 외연 확장’이다. 8월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대표가 당대표직을 연임하고 새 지도부가 꾸려졌는데,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선거라는 다음 목표를 향해 뛰기 위해 통합과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다.
“재집권을 위한 준비”를 거듭 언급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한다. 대권이 궁극적 목표인 이 대표도 당 내부적으로는 “우리 당의 역량을 결집할 때”라며 통합을 촉구하면서, 각계 인사를 만나고 보폭을 넓히며 외연 확장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민주당 인사들은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가 당의 최우선 목표이자 과제란 점을 숨기지 않는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16일 “의회 다수당이 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앞서 전당대회에 출마한 최고위원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던 것도 ‘이 대표와 함께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 총선으로 야당인 민주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22대 국회 원내1당이 되면서 이 대표의 당 내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총선 직후부터 당대표 연임 이야기가 공공연히 언급됐고, 결국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85.40%의 득표율로 다시 당대표를 맡았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일극체제’라는 지적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총선 과정에서 비명(비이재명)계 또는 친문(친문재인)계로 꼽히는 인사들이 공천을 받지 못한 상황을 두고 ‘친명횡재 비명횡사’(친이재명계는 살고 비이재명계는 탈락)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당 내 갈등이 부각되기도 했다. 세를 조금이라도 더 불려 대권에 도전해야 하는 이 대표로선 ‘비토세력’이라는 위험 요소가 더 짙게 불씨로 남게 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러한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대표는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과정에서 거듭 ‘통합’을 주문하고 강조했다. 전당대회 하루 전날이던 8월 17일 마지막 합동연설회 및 순회경선지인 서울에서 이 대표는 “우리는 하나”라며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작은 차이를 가지고 서로 갈등하고 싸울 시간이 없다”고 했다.
지난 8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방문해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도 통합 행보로 해석됐다. 당대표 연임을 확정한 후 당의 ‘어른’인 전직 대통령을 찾는 통상적 일정이지만, 당 내 상황을 감안할 때 이 대표가 내놓을 메시지에 특히 이목이 쏠렸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과 가족을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현 정부 작태는 정치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정치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또 예방 후 자신의 SNS에는 평산마을에서의 시위 중단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시국이 혼란하다”며 “우리 당의 역량을 결집할 때”라고 적었다. 또 “지지자를 참칭하며 평산에서 시위를 하는 행위는 우리 진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 중단하자. 우리의 결기는 민생 해치는 정권을 향해야 한다”고 했다.
당 내부에서 ‘갈라치기’는 안 된다며 직접 ‘통합’을 주문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어느 때보다 강하고 일사불란한 지도부가 이끄는 민주당이 재집권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고 한다. 또 “재집권을 위해 지지층 기반을 넓힐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영상을 통해 밝힌 전당대회 축하 인사에서도 “민주당이 국민과 함께 이룬 국가적 성취에 대해 우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이 자부심을 바탕으로 다시 민주당 정부를 세우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건은 지지의 확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표도 일찌감치 전당대회 과정에서 직접 ‘외연 확장’의 중요성을 밝힌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민주당 당대표 후보자 4차 방송토론회에서 차기 대선과 관련해 “미세한 승부가 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분들과 연대하고 더 넓게 포용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또 “최대한 지평을 넓혀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 2022년 대선에서 0.73%포인트(p) 차이로 졌던 당사자로서 외연을 넓히고 중도층을 끌어안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가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면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에 대해 “실용적 관점에서 접근해 잘못된 부분은 좀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세금 완화’에 부정적 입장을 가진 정당으로 인식되는데, 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동시에 화두를 던져 실질적으로 제도 논의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중도층에 더 다가서겠다는 뜻을 담았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세제 개편 논의에 불을 지핀 후 당 내부는 물론 정치권 전반으로 관련 토론이 확산된 상황인데, 민주당은 오는 24일 금투세 관련 공개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대표는 이상돈 전 의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잇따라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조언을 듣는 등 보폭을 점점 더 넓히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나온 중앙대 법학과 교수로 30여년간 강단에 섰고, 현재 중앙대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김 전 위원장과의 회동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식당에서 이뤄졌다. 이번 회동은 이 대표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고 밝힌 김 위원장에게 만남을 요청하며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