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훼손” 지적, 적극적 의사표현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기권 후 주매청 미행사

SK이노 2대주주, ‘단순투자’ 유지 ‘주목’

국민연금의 SK이노·E&S 합병 반대, 셀트리온 사례 비교해보니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작년 말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이어 올 하반기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빅딜이 예정돼 있다. SK이노베이션의 2대주주이자 국내 최대 큰손 기관투자자 국민연금의 행보에 시장 이목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셀트리온 합병 당시 기권했던 것과 달리 SK이노베이션 건에는 적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끈다. SK이노베이션은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안고 출발하는 만큼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극복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오는 27일 SK이노베이션은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SK E&S를 흡수합병하는 안건을 다룬다. 이는 특별결의사항에 해당돼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승인이 필요하다. 참석 예상 주주를 감안했을 때 약 60%의 찬성표가 나와야 합병 의안이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주식 소유 비율은 36.2%다.

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은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22일 SK이노베이션 합병 건을 심의한 뒤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의사결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 지분 6.28%를 보유한 2대주주로 반대표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지난해 셀트리온 사례와 비교하면 국민연금이 보다 구체적인 목소리를 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기권표를 던졌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는 회사 측에서 제시한 매수청구가보다 낮았던 만큼 주주 입장에서 권리를 행사하면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실제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도 합병 셀트리온에 대한 지분을 소유하며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은 반대하면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주목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 6845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SK이노베이션이 설정한 주식매수청구권 대응 한도 8000억원에 준한다.

물론 국민연금이 SK이노베이션 익스포저를 한꺼번에 줄이기엔 현실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합병 SK이노베이션'의 예상 시가총액은 17조원에 육박해 코스피 20위 안팎에 자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이노베이션은 당장 긴장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번 합병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국민연금이 주주로 남는다면 관리기업에 포함될 여지가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주식 관리 원칙에 따라 SK이노베이션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을 비공개로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 목적은 일반투자로 변경될 수 있다. 현재는 단순투자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이 엇갈리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로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찬성 의사를 내비친 반면 국내 서스틴베스트는 합병 시기가 일반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반대를 권고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6배로 역사적 저점에 머문 시기에 합병가액이 산정된 점에 주목한다. 합병가액 산정에 있어 자산가치 적용이 유리함에도 시가 활용이 최선이라는 SK이노베이션 주장의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합병을 공식화한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 시가는 주주들에게 제시한 매수가격보다 낮게 형성돼 있어 실제 반대 주주들의 청구 물량에 시장 주목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