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月 기준 일본인 韓증시 보유액 16.3조…1月 대비 16.72% ↑
올해 일본인 韓증시 1460억 순매도세…주가 상승 효과에 순매도세 가려져
“엔 캐리 추가 청산 따른 변동장세 우려” vs “日 보유 韓 주식 규모 작아”
[헤럴드경제=신동윤·김민지 기자] 일본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보관액 규모가 3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K-증시의 매력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도액이 매수액을 앞서며 국내 증시에서 떠나간 일본계 투자금의 규모가 더 컸지만, 전반적인 지수와 대형 우량주 중심의 강세장이 씁쓸한 현실을 가려준 셈이란 점에서다.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최근 ‘대폭락’장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이자율이 낮은 엔화를 빌려 고금리 통화나 성장 자산에 투자하는 것)’ 청산이 아직 마무리된 것이 아니란 분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추가 청산에 따른 일본계 투자금 유출 속도 급증으로 이어질 지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7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일본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보유규모는 7월 말 현재 16조319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12월 기록한 16조4630억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다.
올해 1월 말 13조9820억원이던 일본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보유액은 6개월 만에 2조3370억원(16.72%)이나 늘어난 것이다.
7월 한국 주식에 투입된 일본계 투자금의 규모는 전월(16조2910억원)과 비교했을 때도 280억원(0.17%) 늘었다. 이는 전체 외국인의 한국 주식 보유액이 0.76%(6555억원) 감소한 것과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인 셈이다.
다만, 한국 주식 보유 규모가 증가했다는 사실 만으로 일본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선호 현상이 강화됐다고 평가하긴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일본인 투자자는 한국 증시에 대해 1460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국내 주식 시장에서 활동했던 다른 주요국 국적의 외국인 투자자 움직임과도 대비된다. 내다 판 주식 액수가 더 많았던 일본인들과 달리 다른 외국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2조6420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봤을 때 영국이 1조2680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였고, 그 뒤를 기타(6060억원), 독일(4540억원), 미국(1540억원), 아일랜드(980억원), 중국(960억원) 순서로 따랐다. 일본과 더불어 룩셈부르크 투자자들도 350억원 규모로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일본인을 비롯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에 상장된 대형 우량주를 위주로 투자에 나선다”면서 “올 들어 밸류업 등의 영향으로 코스피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세가 펼쳐진 만큼, 주식 가격 상승 분이 순매도로 인한 감소분보다 더 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1월 말 대비 7월 말까지 10.96%(2497.09→2770.69) 상승했다. 7얼 중 코스피 지수는 종가 기준 2891.35(7월 11일)로 연고점을 찍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달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이 발표될 다음달 중순 께 일본인 투자자 중심의 뚜렷한 국내 증시 엑소더스(탈출) 현상이 확인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나선 ‘와타나베 부인(Mrs. Watanabe,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일본의 주부 외환투자자)’의 행보가 해당 통계치를 통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00~0.01%이던 정책금리를 연 0.25%로 조정하며 넉 달 만에 재인상에 나섰다. 이로써 2008년 12월(연 0.3%) 이후 15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금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조치의 영향으로 엔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치로 급등, 엔 캐리 자금의 환차손 확대를 막기 위해 해외자산을 투매하는 조짐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한국 증시만 엔 캐리 청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일본계 투자 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이 다른 외국인 투자자 자금의 이탈과 맞물려 부정적 효과를 더 키울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강효주 KB증권 연구원은 “엔화 변동성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파른 엔고 전환 이슈는 일본의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피벗(pivot, 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여전히 천문학적인 규모로 남은 것으로 알려진 엔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추가적인 청산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신윤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외국인 수급이 중심인데, 과거에도 엔캐리 청산 구간에는 외국인 매수 자금 유입이 줄어 주가 상승이 쉽지 않았다”며 “엔캐리 청산 속도가 지난 1998년이나 2008년처럼 빠르게 진행된다면 증시의 큰 폭의 하락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계 자금의 흐름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도 상당하단 평가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일본인이 보유한 한국 주식 잔액이 전체 외국인 보유 주식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