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PB니트 가격 내리자 매출 3배로
로레알·스파오·데스커도 가격 인하 동참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경직된 소비 심리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유통업계가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끝없는 가격 인상 속에서 차별화된 행보로 관심을 끄는 가격 역주행 전략이다. 대형마트, 패션업체 등에서 성과가 나타나자 뷰티, 가구업계까지 동참하는 분위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전년 대비 가격을 약 38% 내린 이마트 패션 PB 데이즈의 ‘THE 부드러운 니트’의 매출(첫 출시일인 8월 29일 이후 2개월)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71% 늘었다. 해당 제품은 올해 직소싱으로 유통 구조를 개선해 가격을 내렸다.
이마트가 7월부터 가격을 내린 ‘프리미엄 PB 피코크’ 제품도 성과가 좋은 편이다. 가격 인하 시작일인 7월 19일부터 10월 27일까지 ‘치즈케익 780g’, ‘자연치즈 99% 고다&체다 500g’ 품목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늘었다. 해당 상품은 각각 25%, 20.2% 가격을 내렸다.
이마트는 할인행사 비용으로 사용하던 판관비 재원을 상품의 평시 판매가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마트 관계자는 “행사 때 30% 할인하는 상품을 매일 20% 할인된 가격으로 상시 구매하도록 만든 것”이라며 “이 방식이 고물가 시대에 고객에게 더 소구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구매 빈도가 높은 기본템(기본적인 물건)과 필수용품을 중심으로 ‘핀셋 할인’ 또는 가격 인하도 이어지고 있다. 유통비와 원가를 절감하기에 유리한 PB상품(자체 브랜드)이 대부분이다. 대량 유통 과정에서 원가를 낮추기 위해 주도적으로 직소싱, 소재 통합, 생산일정 조절을 할 수 있어서다.
패션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달 이랜드월드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스파오가 가격 인하를 전면에 내세운 ‘착한가격 라인업’을 선보였다. 대표 제품인 발열내의 ‘웜테크’는 전년 대비 23% 인하해 1만원 아래로 가격을 책정했다. 베이직 플리스 집업 역시 2009년 출시가(3만9900원) 대비 반값으로 내렸다.
스파오 관계자는 “가격 인하 상품군이 매출이 상승하며 브랜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라며 “웜테크는 올해 1~10월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성장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콧대 높기로 알려진 명품 화장품 브랜드도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로레알은 내달 1일부터 면세 채널에 한해 키엘, 입생로랑·프라다 뷰티 등 가격을 1.8% 내린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의 정책 기준에 따라 면세 가격에 메리트를 주기 위해 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구업체인 데스커도 최근 리뉴얼한 컴퓨터 데스크 품목의 상품을 10% 인하했다.
전문가는 ‘짠물 소비’에 대응하면서도 매출을 지키기 위한 기업의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쟁사들이 불황 속 원가 부담에 가격을 올릴 때 원가 절감과 매출 방어를 동시에 해야 한다”면서 “여러 기업이 동참하면 장기적인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