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파병 규탄’ 직후 도발
86분간 1000㎞ 역대 최장 비행
軍 “한미 공조회의, 상황 공유”
북한이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군은 오늘 오전 7시 10분께 북한이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한미일 당국은 북한의 장거리탄도미사일에 대해 ICBM으로 판단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현재까지 초기 판단으로는 신형 고체추진 장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북한이 공개했던 12축 이동식발사대(TEL)에서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어 추가 분석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점 고도는 약 7000㎞로 파악된다. 북한의 ICBM 도발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18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ICBM이라고 주장한 ‘화성-18형’ 발사 이후 10개월만이다.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파병한데 이어 ICBM 발사라는 메가톤급 도발 카드를 빼든 것이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한미 간 공조회의를 통해 상황을 긴밀히 공유했다”면서 “북한의 어떠한 위협과 도발에도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으며 한미 국방장관은 미 측 전략자산 전개 하 연합훈련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력하게 시행해 동맹의 대응의지를 현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ICBM 발사 직전인 이날 워싱턴DC 인근 펜타곤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했다.
한미일은 북한 ICBM 발사 직후 탄도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등 공조를 취했다.
합참은 “군은 미측과 긴밀한 공조 하에 탄도미사일 발사준비 활동을 추적해 왔다”며 “한미일 당국은 공동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으며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 경보정보는 실시간 한미일 3자간 긴밀하게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ICBM이 약 86분 비행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300㎞ 지점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7월 ICBM 화성-18형의 약 74분을 뛰어넘는 북한 ICBM의 최장 비행기록이다.
미국은 즉각 규탄에 나섰다.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북한의 ICBM 발사 직후 성명을 통해 “미국은 북한의 ICBM 시험을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ICBM이라는 고강도 도발카드를 빼든 것은 미 대선과 러시아 파병 비난여론 등을 의식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당장 김 장관과 오스틴 장관이 SCM을 갖고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강력 규탄하고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작전계획에 반영하기로 한 직후라는 점도 주목된다.
이 실장은 북한의 의도를 묻는 질문에 “현재 미 대선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판단과 현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이벤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생각보다 강도 높은 수준의 도발”이라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미국 대선 이후까지 고려한 다목적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시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쏠려 있어 시선을 분산시키고 다시 자신들에게 집중하기를 바라는 차원일 수 있다”며 “자신들의 러시아 파병을 두고 한미가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메시지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대원·오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