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국민의힘, 시기 두고 고심
한 대표의 ‘실익 없다’ 우려가 반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남 시기를 두고 고심 중이다. 민주당은 최대한 빨리 보자는 입장이지만 한 대표 측은 “급하지 않다”며 선을 긋는 모양새다. ‘민주당 시계’에 발맞출 필요 없다는 것이 대외적 설명이지만, 실질적으로 한 대표의 ‘실익’이 없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31일 여권에 따르면 양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2차 당대표 회담 관련 한 차례 통화를 나눴다. 이해식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이 박정하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에게 먼저 연락했고 ‘국정감사 이후에 일정을 조율해보자’는 취지의 형식적 대화만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회담 시기를 두고 양당 기류가 다른 것은 한 대표는 ‘당정갈등’을, 이 대표는 ‘사법리스크’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11월 15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보수 원로를 만나는 등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데 1심 전에 회담까지 성사될 경우 ‘사법리스크’를 향한 눈길을 돌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의도적으로 (2차 회담)을 미룰 것도 아니지만 한 대표가 취임 100일을 갓 넘은 시점에서 굳이 성급하게 일정을 선제적으로 조율할 이유도 없다”며 “양당이 함께 참여하는 민생·공통공약 추진 협의체도 운영되는 상황 아니냐”고 했다. 또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11월 15일 이전에 양당 대표가 만날 이유가 있느냐”며 “이 대표의 11월 ‘위기설’이 도는데 그의 리더십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한 대표의 운신의 폭이 좁은 것도 이 같은 기류에 영향을 끼쳤다. 당내 특별감찰관 이슈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표와 회담할 경우 당대표로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국민의힘은 11월 5~6일 중 의원총회를 열 방침이다. 2~3번 ‘릴레이’ 의원총회를 여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당 분열 논란을 빠르게 정리해야 한다는 추경호 원내대표의 결단이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非)한계 중진의원들이 이날 한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공개 문제제기를 예고해 특별감찰관 논란이 ‘한동훈 리더십’ 논란으로 번질지는 미지수다.
한 대표 측은 최소 의원총회 이후 이 대표와 만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한다. 신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