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국내 스토리를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자고 해서, 바람의나라 원작자 김진 선생님이랑 아주 간단한 두 페이지 계약서를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상용서비스 시작 후 식당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밥을 먹다 보면 무슨 일이 생겨서 돌아와야 했죠. 밥 먹는 중에도 사용자 접속이 늘어나면, 또 와서 호랑이 등 몹(게임 내 사냥감)을 직접 제공해야 하고 그랬어요" (2017년 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NXC 이사))
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과거 한 강연에서 바람의나라 제작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이렇게 탄생한 바람의나라는 게임 산업의 ‘붐’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면서 30년 가까이 사랑을 받는 ‘전설’이 됐다. ‘바람의나라’가 등장한 지 약 30년 만에 두 번째 ‘바람의나라’ 개발 소식이 들리고 있다.
지난 30일 넥슨코리아는 ‘바람의나라2’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바람의나라는 1996년 천리안을 통해서 최초로 공식 서비스된 국내 게임사(史)에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바람의나라는 국내 최초의 온라인 그래픽 게임이자, 가장 오래 서비스된 상용화 그래픽 MMORPG(다중역할수행게임)로 기록돼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단순한 온라인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게임이다.
바람의나라2 개발은 넥슨의 ‘서비스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넥슨은 크게 자사 지식재산권(IP)의 강화와 게임 배급 역량 강화 등 두 가지 전략을 통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이날 강대현 넥슨코리아 대표는 “넥슨의 첫 개발작이자, 상징성이 있는 게임인 ‘바람의나라’는 어떤 게임에 견주기도 어렵다”며 “원작이 갖고 있는 IP를 기반으로 후속작 개발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바람의나라2는 오리엔탈 판타지 정서와 게임성, 신선한 몰입감 제공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슈퍼 IP 반열에 오른 바람의나라는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김정주 창업자가 카이스트 대학원에 재학할 당시인 1994년 말,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를 비롯한 대학원생 등 4명이 모여 개발을 시작했다.
4명은 국내 만화를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자는 의견을 모아, 이듬해인 1995년 만화 '바람의나라' 원작자 김진 작가를 만나 계약을 했다. 김 창업자는 당시를 “아주 간단한 두 페이지 계약서를 썼던 걸로 기억한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 후 개발에 박차를 가해 1996년 PC통신 천리안을 통해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의 넥슨을 만든 시작점이다.
한편 김정주 창업자와 사제지간으로 연이 깊은 이광형 KAIST 총장은 지난 2022년 김 창업자 별세 당시 “힘들면 말 좀 하지. 바람의 나라에서 편히 쉬세요”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처럼 김 창업자에게 ‘바람의나라’는 큰 의미를 갖는다.
이광형 총장은 지난 2021년 한 TV프로그램에서 출연해 김 창업자에 대해 “공부는 착실하게 안 하고 어느 때는 머리를 노랗게, 또 빨갛게 하고왔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김 창업자는 이 총장 취임 당시 축사를 할 만큼 깊은 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